盧씨 비자금 파문-검찰 수사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직대통령 소환 조사를 앞두고 검찰은 일요일인 29일에도 안강민(安剛民)중수부장등 수사관계자 전원이 정상 출근,준비상황을 최종 점검했다.검찰은 첫 조사에서 승부가 결정난다고 판단,초반 「기선 제압」을 위해 수시로 간부회의를 열어 지혜를 짜내는등 긴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盧 전대통령의 소환에 앞서 외국의 유사 사례는 물론89년 8월 김대중(金大中)평민당총재,93년 1월 정주영(鄭周永)국민당대표등의 조사기록등을 검토하며 예우와 수사기법등을 재점검. 대검의 한 간부는 『盧전대통령이 소환되더라도 피의자인지참고인인지 결정나지 않은 상태』라면서 『혹시 격식을 차리는 것이 국민들에게 과공(過恭)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두렵다』고 걱정. …검찰은 盧전대통령의 소환 날짜를 확정하지 못한채 택일에 고심.한 수사 관계자는 『가능하면 빨리 소환해 결론을 내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면서도 『30일 전달될 소명자료의 충실도에 따라 조사시기가 확정될 것』이라고 설명.
그러나 그는 『자료 내용과 무관하게 비자금 규모및 조성경위 등이 일부 드러나 수사에는 어려움이 없다』고 밝혀 소환이 임박했음을 암시.
…검찰은 이번 사건에 쏠린 국민들의 비상한 관심에도 불구,보도진 접촉을 기피하기에 급급한 인상.
검찰은 安부장과 이정수(李廷洙)수사기획관을 대외창구로 통일했지만 간단한 수사진행 사항만 발표하는 수준.
…검찰은 보도진의 취재를 따돌리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동원. 김기수(金起秀)검찰총장과 安중수부장등 고위 간부들은 기자들의 전화취재와 방문등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오전6시쯤 집을 나와 목욕탕등을 전전하다 9시 무렵 출근해선 곧바로 회의를 시작.수사검사들도 상부보고와 화장실 갈때 말고는 사무실 출입을 극도로 절제하면서 식사도 자장면.곰탕등을 배달시켜 사무실에서 해결. 회의때도 사무실 밖에서 기다리는 기자들에게 대화내용이 새어나갈까봐 라디오를 켜 볼륨을 높이는등 갖가지 기지를 발휘하고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