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보가 기가막혀" 인기곡 급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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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어느 곳으로 가오리오.이 엄동설한에 어느 곳으로 가면 산단말이오.갈곳이나 일러주오.지리산으로 가오리까.백이숙제 주려죽던수양산으로 가오리까.아따 이놈아 내가 니 갈곳까지 일러주랴.잔소리 말고 썩 꺼져라.』 노태우(盧泰愚) 전대통령 비자금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한 가운데 「보통 사람들」이 즐겨 찾는 노래방에 이번 사건을 풍자한 노래가 등장,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화제의 곡은 올해 MBC강변가요제 금상수상곡인 신흥전문대 2인조 그룹 육각수의 『흥보가 기가막혀』.인기 비결은 盧씨가 조성한 천문학적 비자금규모에 기가 막혀 말문을 열지 못하는 서민들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주는데 있다.형님인 놀부에 쫓겨 오갈데 없는 흥부의 암담한 심정을 대변하는 가사내용이 망명과 낙향설 등이 나도는 盧씨의 처지와 비슷하다.
특히 가사내용중 「이 엄동설한에 어느 곳으로 가면 산단 말이오」부분에 이르면 노래를 부르던 사람들은 모두 「판관 포청천」으로 변해 제각기 판결을 내린다.
『죄 지은놈 갈 곳은 교도소밖에 없지』『두환이 형님 계셨던 백담사로』『소록도에 내려가 나환자들을 돌보며 속죄하라』등 여흥구를 삽입,盧씨 처리 문제에 대한 자기 주장을 펴면서 울분과 허탈감을 달래는 것이다.
서울송파구신천동 H노래방 주인 徐모(40.여)씨는 『하루 평균 50여명의 손님이 찾아오는데 대부분 이노래를 신청해 부른다』며 『요즘 우리 노래방에서 제일 잘 나가는 곡』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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