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나는 KBS1TV "찬란한 여명"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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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펑!콰르르….』 고막을 찢는 포성소리가 바다를 가르더니 높이 30여나 되는 물기둥 10여개가 연방 하늘로 치솟는다.해안을 지키던 조선의 수군 200여명은 쏟아지는 흙더미와 물벼락에온몸을 흠뻑 적신채 두려움으로 망연자실 서 있다.
바로 이때.『컷! 왜 대본대로 「우왕좌왕」을 안하는 거야?』잔뜩 골이 난 진행감독이 멍하니 서있는 엑스트라들에게 『실시!우-왕-좌-왕!』을 연호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미리 묻어둔 500만원어치의 폭탄이 다 터져 버린 것.25일 강화도 덕진진에서 병인양요당시 조선-프랑스군의 첫 전투장면촬영에 들어간 KBS-1TV 『찬란한 여명』(28일 밤9시40분 첫방송)은 너무 실감나는(?) 폭발효과 때문에 어이없는 NG를 내고 말았다. 구한말 개화의 꿈에 불타던 풍운아들의 일대기를 그린 이 100회짜리 주말대하극은 주인공이 중인출신의 기승 이동인인데다 중심테마도 열강의 포함외교와 조선의 개항이어서 대원군.민비의 갈등에 초점을 맞춰온 기존 구한말 드라마들과는 차원 을 달리한다고 제작진은 설명.
척당 2억원씩인 이양선을 4척이나 제작하는등 150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제작비와 김갑수.하희라.정보석.이민우.김경아등 호화캐스팅으로 방영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방영을 2주 남겨놓고 불붙은 MBC.SBS의 「유신극전쟁」때문에 이 드라마는 시청자의 관심권에서 일순간 멀어지는 불운을 겪은 상태.『흥밋거리가 아닌 교훈으로서의 역사를 다루는유일한 대하극인 만큼 시청률에 연연치 않고 당시 열강의 개방압력을 묘파해 오늘의 타산지석을 보이겠다』는게 기획자 윤흥식PD의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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