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피플>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의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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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뉴욕에서 열린 유엔 50주년기념 특별총회에 참석했던 세계 정상중 첫째가는 뉴스 메이커는 단연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의장이다.미국에서 가장 괄시받는 신세임에도 매스컴 기준으로 하면 그는 최상의 대우를 받은 셈이다.
그는 미국에 도착한 첫날부터 홀대를 받아야 했다.줄리아니 뉴욕시장 주최의 각국 정상초청연회에서 혼자만 제외됐다.회담기간중유엔 밖에서 열렸던 각종 파티에도 카스트로는 사절이었다.
그러나 카스트로는 결코 따분한 신세가 아니었다.오히려 움직일때마다 화제를 몰고 다녔다.곳곳에서 『카스트로는 악마요,살인자요,독재자』라는 비난의 데모가 연일 계속됐지만 이에 아랑곳없이특유의 구레나룻을 휘날리며 미국정부를 공격했다 .그러나 카스트로는 총회 연설에서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연설때보다 더 큰 박수를 얻어냈다.『쿠바에 대한 무자비한 경제봉쇄는 소리없는 원폭투하』라고 미국을 비난하면서 연설을 끝낸후 옐친 러시아대통령에게다가가 멋진 포옹을 해보였다.
5일짜리 초단기 비자에 유엔본부건물에서 반경 24마일을 벗어날 수 없는 처량한 신세였으나 카스트로의 일정은 비좁은 맨해튼을 누비고 다닌 것으로도 족하다.
1,300여명의 할렘 흑인들을 상대로 연설한 자리에는 찰스 랭글 등 4명의 하원의원과 흑인지도자 다수가 참석했고,카스트로는 청중에게 농담까지 던지는 여유를 과시했다.
CNN과 CBS등 주요 TV는 카스트로 인터뷰로 다른 경쟁사들의 시청률을 제쳤다.그는 이들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기업들은저마다 쿠바와의 사업을 원하고 있다』면서 엠바고정책을 비난하는가 하면 『쿠바경제를 잘 되게 하려면 미국 기업 의 효율성을 배워야 한다』『미국과 쿠바가 다른 게 있다면 경제를 잘 운영하고 있는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의 차이』라는 등의 뜻밖의 솔직성을 나타내기도 했다.그런가 하면 『당신의 정상회담 참석을 비난하는 항의데모대에 딸이 참여하고 있는 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개인적인 문제를 공적인 자리에서 거론하지않겠다』며 꼬리를 뺐다.아무튼 카스트로는 이래저래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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