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비자금 파문-사법처리 강경론 겉도는 낙향해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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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자당 강삼재(姜三載)총장은 특이한 버릇이 있다.말 할 때는등을 의자에 기대지 않는다.거의 걸터앉은 모습으로 또박또박 말을 한다.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다.자기가 주장하고픈 얘기가 있을때만 그렇다.한가한 얘기를 할땐 그 역시 의■ 에 파묻힌다.
강총장은 2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났다.이날도 엉거주춤 의자에 걸터앉았다.그의 첫마디는 『전직대통령 비자금 문제가 정치적 고려의 대상은 될수 없다』는 것이었다.그는 거침없이 말을 했다.『법적인 문제를 정치적으로 고려할 단계는 지 나갔다』고 거듭 강조했다.사법처리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대목이었다.
그러자 기자들이 물었다.『강총장 이름을 박고 기사를 써도 되겠느냐』.강총장은 『물론』이라고 말했다.『내가 지금 한 말은 당론』이라고까지 했다.그는 현시점에서 어떠한 처방전도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우선은 전모 공개와 사죄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속전속결주의로 나가는 분위기다.여권핵심의 의중을 대변하는것같았다. 여권에는 지금 크게 두 기류가 있다.민정계와 민주계의생각이 다르다.그렇다고 강경론과 온건론으로 대별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민정계의 생각은 묘하다.이렇게 된 마당에 6공의 옷을 벗는게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그래서 겉으로는 단호하다.
사법처리에 이견을 제시하지 않는다.그러나 정치적 절충의 여지는 남겨놓자는 쪽이다.허주(虛舟) 김윤환(金潤煥)민자당 대표가제시한 낙향이 바로 그것이다.
반면 민주계의 생각은 비교적 단순하다.확대지향론이다.차제에 뿌리를 뽑자는 쪽이다.오히려 상황을 전개시켜보자는 것이다.아예6공청산까지 가자는 것이다.그래야 복잡한 여권구도도 단순화시킬수 있다는 생각이다.
예컨대 정계개편같은 것이다.거기까지는 안가더라도 어물쩍 넘겼다가는 6개월도 안남은 총선에서 완패한다는 강박관념도 작용하고있다.그는 『끝까지 갈것』이라는 표현도 구사했다.『이 문제를 처리하지 않고는 장래를 설계할 수 없다』는 말도 했다.일상적 얘기는 아닌 것 같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의중은 아직 알수 없다.그러나 김대통령도 격앙되어 있다는 소식이다.
아마도 귀국직후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대통령의 결단 여하에 따라서는 정국이 크게 소용돌이 칠수도 있다.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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