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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씨 비자금 파문-與.연희동 물밑거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비자금사태 해결을 위한 여권과 연희동의 접촉이 시작됐다.여권에선 민자당 김윤환(金潤煥)대표가 역할을 맡았다.
그는 비자금 전모공개와 대국민사과,낙향(落鄕)등을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측에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서동권(徐東權)전안기부장을 만났다고 한다.
그러나 대화가 잘 되는 것 같지는 않다.노 전대통령측은 묵묵부답이라고 한다.여권이 제시한 해결책에 대해 쓰다 달다는 얘기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내심 불만을 가지고 있으나 이를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상태같다.특히 비자금 전모공개와 검찰수사 부분에서 의견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대표는 서 전안기부장을 두차례 만났다고 한다.첫번째 만남에선 해결책이 전해졌을 것이다.그렇다면 두번째 만남에서는 노 전대통령의 응답이 여권에 건네지는 것이 상식이다.
그럼에도 여권의 제안에 대한 노 전대통령의 수용여부는 전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민자당의 태도에서도 입증된다.민자당은 25일 『하루빨리국민 의혹과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독촉」했다.
손학규(孫鶴圭)대변인의 논평이다.강삼재(姜三載)총장은 한술 더떴다.『낙향은 김대표의 개인견해』라며 사태가 더 악화될 가능성을 예고했다.
어쨌거나 이처럼 절충이 이뤄지지 않는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우선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귀국시기와 무관치 않은 것 같다.민자당은 김대통령 귀국전에 가닥을 잡으려는 눈치다. 반면 노 전대통령은 김대통령이 온 다음에 해결하겠다는 생각같다.그전에 입장을 표명해봐야 김대통령이 동의하지 않으면 아무효과도 없게된다는 점을 의식하는 것 같다.「자백」하기보다는 검찰이 무엇을 밝혀내는지를 보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계산도 있는것으로 보인다.김대통령이 보다 완화된 내용의 수습책을 택할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노 전대통령측에 확실한 대리인이 없는 것도 영향을 미치는 것같다.노 전대통령 캠프는 결속력이 다른 진영에 비해 떨어진다.정해창(丁海昌)전비서실장과 서전안기부장이 대표격이나 이들 역시 마지못해 일을 떠맡은 상태라고 보는 견 해가 있다.
노 전대통령측이 믿는 구석이 있을 수도 있다.이른바 노 전대통령의 「카드」다.여소야대 시절과 14대 대선 과정에서 주요 정치지도자들이 노 전대통령의 비자금을 나눠 썼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야를 막론하고 자신에 대해 극단적인 주장을 하지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가능한한 시간을 벌려 할 것이다.
그러나 노 전대통령이 침묵으로 벌 수 있는 시간은 그렇게 많을 것 같지 않다.
여권은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하면 바로 사법처리 수순을 밟을 방침임을 천명하고 있다.여론도 더 악화될 것이다.또한대화채널이 민자당 김대표가 아닌 다른 인사로 바뀔 경우 형편이더 어려워질 수 있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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