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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롤러코스터 액션 ‘인디아나 존스’ 칸의 휴일 달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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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제61회 칸영화제에서 ‘인디아나 존스-크리스털 해골의 왕국’을 선보인 환상의 트리오. 왼쪽부터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프로듀서 조지 루커스, 주연 해리슨 포드. [칸 AP=연합뉴스]

19년 만에 찾아온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4편. 65세의 해리슨 포드가 이번에도 주연을 맡아 열연했다.

액션 어드벤처 ‘인디아나 존스’가 제61회 칸영화제(14~25일)를 들었다 내려놓았다. 18일 일요일은 단연 ‘인디아나 존스’의 독무대였다. 시리즈 3편 이후 19년 만에 돌아온 인디아나를 보기 위해 저녁 공식 상영은 물론 한낮 기자 시사에도 인파가 몰렸다. 언론 시사회장에는 시작 두 시간 전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각국 기자가 가득 찬 객석에서는 인디아나의 낯익은 주제가와 함께 영화 타이틀이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1편 ‘레이더스’(1981년)부터 2편 ‘미궁의 사원’(84년), 3편 ‘최후의 성전’(89년)까지 이 시리즈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22일 전 세계 동시 개봉을 앞두고 18일 칸에서 비경쟁작으로 선보인 시리즈 4편 ‘인디아나 존스-크리스털 해골의 왕국’은 앞서의 흥행코드를 충실하게 따르면서 이 시리즈에 대한 스스로의 존중을 드러냈다.

인디아나의 필수품인 중절모와 채찍은 물론, 영화사 파라마운트의 로고와 닮은 산으로 시작하는 첫 장면, 거두절미하고 일단 구사일생의 위기부터 겪는 첫 번째 액션, 전편들의 뱀과 거미에 이어 등장하는 식인개미, 막판에 등장하는 신전 분위기의 웅장한 세트 등 이 시리즈의 핵심 요소를 고루 환기시키도록 연출됐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세기가 바뀐 지금의 4편 역시 80년대의 1, 2, 3편처럼 할리우드의 고전적 스턴트 기술에 기반한 아날로그 액션이 위주라는 점이다. 대학 구내를 질주하는 오토바이와 자동차의 추격전, 정글을 달리는 세 대의 자동차 위에 벌어지는 주먹다짐과 칼 싸움, 벼랑과 폭포로 이어지는 수륙 양용차의 다단계 낙하, 심지어 ‘타잔’을 연상시키는 줄타기까지, 모두 첨단 컴퓨터그래픽의 맛과 정반대편에서 롤러코스터식 액션의 다채로운 코스를 맛보게 했다.

아날로그 액션에 대한 이 같은 존중은 기자회견에서도 확인됐다.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최근의 액션영화 가운데 ‘본’시리즈와 007의 최신편 ‘카지노 로얄’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뛰어난 영화”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이들 영화가 아날로그 액션에 가속도를 가미해 새로운 스타일을 구현한 반면, ‘인디아나 존스’는 고전적인 속도감과 스타일을 유지한다. 놀이공원으로 치자면 사이버 놀이기구 대신에 롤러코스터든 회전목마든, 본래의 속도와 재미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인디아나 존스의 핵심 3인방, 즉 스티븐 스필버그(감독), 조지 루커스(스토리), 해리슨 포드(주연)는 이제는 다들 환갑을 넘겨 은발이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회견장에 나타났다. 65세의 나이에도 몸을 다져 액션을 직접 소화한 포드는 “내가 한 건 스턴트가 아니라 육체적 연기”라며 “감정이 실린 연기라야 관객에게 전달된다”고 말했다. 스필버그가 말하는 “(컴퓨터그래픽용)블루스크린이 아니라 영화에 나오는 실제 크기의 세트에 서야 영감을 얻는다. 우리는 디지털 마법이 아니라 실체적 마법(Practical Magic)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얘기와 일맥상통이다.

‘스타워즈’ 시리즈를 일찌감치 디지털로 개봉할 만큼 첨단기술에 민감한 루커스 역시 이번 영화에서는 ‘아날로그’의 손을 들어주었다. “리얼 스턴트, 리얼 스토리, 리얼 피플”이라는 말로 ‘리얼’을 거듭 강조했다.

물론 달라진 것도 있다. 3편의 배경(1938년)에서 꼭 19년이 흐른 4편의 배경은 57년, 미·소 냉전의 시대이자 핵전쟁의 위협이 상존하던 시대다. 5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스필버그는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버섯구름을 두고 “그 시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위력적 이미지”라고 설명했다.

케이트 블란쳇

과거 나치가 맡았던 악당 역할도 이번에는 옛소련의 여성장교 이리나 (케이트 블란쳇)가 자연스럽게 물려받았다. 이리나는 크리스털 해골을 손에 넣어 세계를 지배할 힘을 얻기 위해 인디아나를 뒤쫓는다. 케이트 블란쳇은 능청스러운 러시아 억양의 영어로 맞춤한 악당연기를 보여준다.

50년대의 이미지는 인디아나의 새로운 짝패로 등장하는 소년 머트(샤이아 라보프)의 차림에도 투영된다. 빗어넘긴 머리에 가죽점퍼를 입고 오토바이를 모는 머트는 청년시절의 말런 브랜도와 판박이다. 1편 ‘레이더스’에서 인디아나의 연인이었던 마리온(캐런 앨런)은 머트의 엄마 역할로 다시 등장한다.

그러니 인디아나와 머트의 관계는, 관객들이 짐작하는 대로다. 가족이라면 3편에 인디아나 못지않은 괴짜 아버지(숀 코너리)가 등장한 바 있지만, 이제야 인디아나의 온전한 가족이 갖춰지는 셈이다.

스필버그는 기자회견에서 “내 부모가 이혼한 경험이 나로 하여금 ‘ET’를 만들게 했다”고 유명한 일화를 상기시켰다. “이렇게 이혼이 많은 시대에 가족의 재결합은 내 꾸준한 관심사”라며 “차기작 중에 부자관계를 좀 더 깊게 다루는 영화가 있다”고도 밝혔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젊은 시절의 루커스가 ‘스타워즈’시리즈를 만들기 전부터 구상했던 고고학자의 모험담에서 출발한 영화다. 스필버그는 “내 영화 중에 속편이 언제 나오냐는 말을 들어온 것은 ‘ET’와 ‘인디아나 존스’뿐”이라고 말했다. 영화가 5편으로 계속 이어질지, 혹은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이 시리즈가 스필버그식 모험영화의 원형인 것만은 분명하다.

스필버그는 ‘반지의 제왕’시리즈의 피터 잭슨과 준비 중인 새로운 영화 ‘땡땡’(원작은 벨기에의 만화시리즈)을 두고 “‘레이더스’가 개봉했을 당시, 만화 ‘땡땡’의 주인공이 겪는 모험과 비슷하다는 리뷰를 보고 관심을 갖게 시작했다”고 말했다.

칸=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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