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드민턴 “생큐! 족집게 선생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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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양궁·하키 등에서 한국 지도자가 중국 대표팀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사례는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국이 중국 코치의 힘을 얻어 베이징 올림픽에서 ‘깜짝 쇼’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 남자 배드민턴 단식 코치를 맡고 있는 리마오(50·사진)가 주인공이다. 1991년부터 10년간 중국 대표팀 남자단식 코치를 맡았던 리마오는 현 중국 대표팀 리융보 감독과 불화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이 끝난 뒤 아시아 각국을 떠돌았다. 지난해 3월 한국 대표팀을 맡은 리마오는 독특한 훈련법으로 뛰어난 효과를 보고 있다.

순발력과 스피드가 좋은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 네트에 검은 천을 치고 셔틀콕을 받아내는 훈련을 실시했다. 상대가 안 보이는 상황에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셔틀콕을 받아내는 훈련은 선수들에게 순발력 향상 효과를 가져왔다.

또한 하얀색이 아닌 검은색으로 된 셔틀콕으로도 연습을 시켰다. 하얀색보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검은색 셔틀콕은 반사신경과 집중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박성환(강남구청·세계랭킹 8위), 이현일(김천시청·9위)도 리마오 코치를 믿고 따르면서 기량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박성환과 이현일은 19일 끝난 세계 남자단체 배드민턴선수권대회(토마스컵·3단식2복식) 결승전에서 세계 최강인 중국의 린단(1위), 바오춘라이(3위)에게 아깝게 패했지만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한국은 종합전적 1-3으로 져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현일은 올 1월에 열렸던 코리아오픈 남자단식 결승에서 린단에게 2-1 역전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차지하기도 했다.

대표팀의 김중수 감독은 “리마오 코치가 온 이후 선수들의 기량이 급성장했다. 베이징에서 중국과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문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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