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비자금 파문-검찰수사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신한은행 서소문지점 거액 차명계좌가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비자금이란 사실을 밝혀짐으로써 「대어」를 낚은 검찰은 다소 여유를 찾으며 24일부터 수표추적에 주력하는등 장기 수사체제에 돌입했다.
…그동안 철야수사를 해왔던 안강민(安剛民)대검중수부장과 이정수(李廷洙)수사기획관.문영호(文永晧)2과장등 이번 수사팀들은 24일부터 오전9시쯤 출근하는등 장기수사에 대비.
또 안 중수부장이 해오던 수사브리핑도 이 기획관이 맡는등 계좌추적등에 시간이 걸릴 것임을 예고.
한편 이 사건 주임검사인 문과장은 『일본의 록히드스캔들 사건수사엔 8개월이 걸렸다』면서 『자금추적에 최소 2주일,길게는 1개월이상 걸리는 만큼 시간을 갖고 검찰수사를 지켜봐 달라』고주문. …김기수(金起秀)검찰총장은 야권의 노 전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요구에 대해 『그럴 필요가 있겠느냐』며 그 가능성을 배제. 김총장은 이현우(李賢雨)전경호실장이 노씨의 비자금을 「통치자금」이라고 표현한 것과 관련,『우리나라 예산항목에는 통치자금이란 항목이 없다』며 이를 정치자금으로 해석.
…이날 오전10시20분쯤 검찰에 출두한 이태진(李泰珍)전청와대 경호실 경리과장은 『이 전경호실장으로부터 직접 수표로 돈을받아 은행에 입금시켰다』며 자신이 이 전실장의 심부름만 했음을강조. 건장한 체구에 다소 경직된 표정의 이씨는 『신한은행 서소문지점은 청와대와 가까운 거리에 있어 계좌를 개설한 것일뿐 다른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면서 『차명계좌 개설당시 나응찬(羅應燦)신한은행장에게 직접 찾아가 협조를 구했다』고 설명 .
특히 그는 이번 사건이 몰고온 파장을 실감하지 못한듯 취재진들의 질문공세와 카메라 플래시 앞에서 빙긋 웃거나 히죽거리는 것같은 표정을 짓기도 했으나 『120여억원을 어디다 썼나』『비자금 전체 규모가 얼마인가』등 민감한 부분에 대해 서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
이씨는 또 『신문에 내 이름이 자꾸 거론돼 일단 상황의 추이를 지켜보기 위해 집을 비웠으며 연희동측과 사전연락을 하지는 않았다』고 주장.
…박철언(朴哲彦)전의원은 24일 오전 「노 전대통령이 87년대선 당시 월계수회등을 통해 정치자금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는 보도와 관련,담당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월계수회를 통해 거액을 모금한 사실이 없는데도 누군가가 악의적으 로 언론에 흘리고 있다』며 강한 불쾌감을 표시.
박씨는 이어 『정치하는 사람이 친지나 기업인으로부터 자금을 협찬받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므로 그 부분은 부인하지 않겠다』고 전제한 뒤 『다만 월계수회를 통해 거액을 모금.조성해 노 전대통령에게 건넸다는 것은 결단코 사실무근』이라고 해명.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