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씨 비자금 파문-검찰 조사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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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난 20일 수사에 착수한 뒤 관련자들을 줄이어 소환조사하느라 긴장감이 감돌던 대검 중수부는 안강민(安剛民) 부장이 오후 6시30분쯤 퇴근한 것을 시작으로 대부분 일찌감치 귀가해 본격적인 계좌추적작업에 앞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듯한 분위기.
안부장이 퇴근한 뒤 문영호(文永皓)과장이 오후 8시쯤 귀가했고 이정수(李廷洙)수사기획관이 조간 가판을 챙긴 뒤 9시쯤 사무실을 나서 연일 보도진으로 북새통을 이뤘던 대검 중수부 사무실은 썰렁한 느낌마저 들 정도.
이 기획관은 퇴근길에 마주친 기자들이 『이렇게 일찍 퇴근해도되느냐』고 묻자 『2일동안 4시간밖에 못잤다.잠 좀 자고 해야되지 않느냐』고 답변했다.
이들은 이어 『계좌추적을 통해 자금 조성경위를 파악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6공 정치비자금을 실무차원에서 관리했던 이태진(李泰鎭)전청와대경호실 경리과장을 수사하기에 앞서 수사력을 재충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이씨 소환 수사가 한 고비임을 예고했다.
…한 수사관계자는 『경의 출두로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비자금 실체라는 대어를 낚아올린 대검 중앙수사부는 23일 노씨 비자금이 계속 불어나자 『이 기회에 의혹을 모두 풀겠다』며 자금규모 규명의 의지를 표시했다.
검찰은 핵심 인물들에 대한 소환조사는 1차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계좌추적에 나섰으며 노대통령과 기업인들과의 관계조사를 위한준비도 서두르고 있다.
…한 수사관계자는 『경호실 경리과장 이태진(예비역 중령)씨에대한 소환과 이현우씨에 대한 추가 소환조사를 벌일 예정이나 이는 보강조사 수준』이라며 『문제는 얼마를 어떻게 모았는지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선 계좌추적 결과등을 통해 이 전실장의 진술을 확인할 계획』이라며 『수사가 마무리되려면 최소 두세달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대통령의 정치자금이 신한은행에 집중된 배경에 대해 검찰은 이 전경호실장이 『자신도 잘 모르는 일』이며 『당시 실무를담당했던 경호실 이과장이 대부분 알아서 처리했다』고 말해 이 전과장의 소환 조사가 불가피함을 시사.
검찰은 그러나 『일단 이 전과장에 대한 조사를 벌여 봐야 알겠지만 일개 경호실 경리과장이 대통령 정치자금의 실무를 모두 맡아 은행 선정및 자금 출납을 전결했다는 얘기는 신빙성이 없는것 아니냐』며 『그러나 그가 모두 자신이 했다고 주장할 경우 검찰로서는 속수무책』이라는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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