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획일적 反論權보장 문제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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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달 초 서울경찰청이 반국가단체구성 혐의로 13명을 검거한뒤 일명 「5.1동맹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신문.방송에선 경찰의 보도자료를 토대로 이를 보도했음은 물론이다.그러나 이 사건 관련자들은 증거조작등 경찰의 수사결과에 이 의를 제기하며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청구하고 나섰다.
이로 인해 중앙일보를 비롯한 여러 언론사들이 반론기사를 게재해야 했다.언론은 사실 보도를 생명으로 하나 특정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가 진행중인 사건의 경우 관련자 접근이 사실상 불가능한 언론으로서는 경찰등 국가기관이 발표한 혐의 내용에 대해공익에 부합되고 「믿을만한 소스」라는 점에서 이를 믿고 보도할수밖에 없다.그래서 유죄 확정때까지의 무죄 추 정원칙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보도하는 것이다.
안기부의 한국외국어대 박창희교수 국가보안법 위반사건 수사 발표때도 마찬가지였다.하지만 발표문대로 보도한 언론사들이 언론중재를 거쳐 반론문을 실어주는등 곤욕을 치러야 했다.
그런 점에서 최근 당국의 보도자료에 근거한 보도내용에 대한 잇따른 언론의 반론기사 게재는 국가기관의 신뢰성에도 큰 오점을남겼다. 솔직히 말하면「늑대와 양치기 소년」이란 우화처럼 잇따른 공안사건 과장 발표가 언론계 전반에 시국.공안사건 기사 게재 기피증을 불러왔다.
당국의 잘못된 보도자료 발표 못지않게 사실보도라도 이의를 제기할 경우 반론권을 부여하는 현행 정기간행물의 등록등에 관한 법 제16조의 정정보도 청구권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다.
혐의가 확실한 테러범에게도 범죄행위를 정당화 또는 부인하는 반론권을 주는 극단적인 일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확인하고 기사화해야할 경우 정보 전달.논쟁의 장(場)제공이라는 언론 기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민주주의의 위축을 부를 수 있다.
보도의 결과가 가져오는 예기치 못한 피해를 막는 제도적 장치인 반론권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정보 제공자.기사화 과정.언론의 특수성등을 고려치 않은 획일적인 반론권 보장은 또다른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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