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톈 “한국의 삼국지 해석 나보다 내공 더 깊은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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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경영학』의 저자인 최우석 전 삼성경제연구소 부회장이 포럼 사회를 보고 있다.

이날 ‘삼국지 포럼’에는 500여 명의 청중이 참석해 회의장을 가득 메웠다. 참가자들은 나이가 지긋한 노인에서부터 직장인·대학생·가정주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특히 ‘스승의 날’을 맞아 하루 쉬게 된 중·고교 학생들도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참가자들은 “중국공산당 체제가 과거 왕조시대와 무엇이 다르냐” “삼국지가 젊은이들이 읽기에 적당한 책이냐”는 등의 질문을 거침 없이 쏟아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이중톈 교수는 “한국에서 삼국지 열기가 대단하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놀랍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이문열씨와 사회자인 최우석 전 삼성경제연구소 부회장의 삼국지 해석을 들은 뒤 “중국인인 나보다 내공이 더 깊은 것 같다”고 말해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 교수는 이날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중산복(일명 마오쩌둥 복장) 차림이었다. 그는 “왜 중산복을 고집하느냐”는 질문에 “남들이 다 입는 서양 옷은 개성이 없다”며 “그래도 여대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내가 최고의 신랑감으로 뽑혔다”며 파안대소했다.

○…이문열씨는 170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 『삼국지』가 한국 출판 역사를 바꾸게 된 일화를 공개했다. 그는 “출판업계에서 저자 인세도장이 사라진 것은 삼국지 덕택”이라며 “1만 권에 대한 저자 사인을 하다 보면 꼬박 하루가 지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초한지를 중국에서 번역해 출판하면 크게 성공할 수 있으니 같이 한번 해보자”라는 이중톈 교수의 제의를 받고 “도와주시면 기꺼이 해보겠다”고 장단을 맞추기도 했다.

○…이중톈 교수는 “분열이 오래되면 반드시 통일되고, 통일이 오래되면 반드시 분열이 온다는 삼국지의 글귀가 지금도 중국에서 통하느냐”는 질문에 “이는 과거 사람들의 세계관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삼국지가 쓰일 당시 중국인에게 ‘천하(天下)’는 곧 분열된 중국이었다”며 “그러나 지금의 세계는 수많은 국가가 함께 어우러져 살아야 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각국은 반드시 조화와 화합을 이뤄야 한다”며 “전쟁이 아닌 평화적 수단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게 삼국지의 교훈”이라고 강조했다.

한우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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