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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의 강점은 소설 → 만화 → 영화 → 게임 … 끝없이 진화하는 ‘창조의 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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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삼국지가 영화·연극·게임 등으로 재창조되고 있다. 사진은 올 7월 개봉 예정인 영화 ‘적벽대전’의 한 장면. [쇼박스 제공]

‘한·중·일 외교 삼국지’ ‘동북아 FTA 삼국지’ ‘올림픽 야구 거포 삼국지’ 등. 우리는 등장 인물이 셋만 되면 습관적으로 ‘삼국지’라는 말을 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삼국지는 명나라 초기 나관중(羅貫中)이 쓴 『삼국지통속연의』가 시작이다. 이는 서진(西晋)의 진수(陳壽)가 서기 285년에 펴낸 정사 『삼국지』를 바탕으로 ‘연의(演義·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소설)’한 것이다.

184년 황건적의 난으로 시작되는 삼국지는 주요 인물만 1191명에 달하는 대서사시다. 중국인이 쓴 소설이지만 중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에서 숱한 재해석과 평설, 외전 등을 재생산하며 동양의 문화 콘텐트로 승화했다. 정치인은 삼국지에서 치국의 리더십을 발견하고, 기업 CEO는 경영의 영감을 얻는다. 학생은 삼국지 영웅의 활약상을 보며 호연지기를 키운다. 성별·나이·직업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것이 삼국지의 묘미다. “삼국지는 무용담뿐만 아니라 정치·군사·외교·행정은 물론 재무·인사·과학기술까지 망라하고 있다. 삼국지가 보여주는 천시(天時)·지리(地利)·인화(人和)의 중요성은 현대 경영에서도 조금도 다를 바 없다.” 『삼국지 경영학』의 저자인 최우석 전 삼성경제연구소 부회장의 말이다.

삼국지의 강점은 부단히 진화한다는 점이다. 본격적인 ‘한국형 삼국지’는 1941년 연재된 박태원의 삼국지다. 이후 2004년까지 70종 가량의 삼국지가 출판됐다. 그중 가장 성공한 것은 1988년에 나온 이문열의 평역 삼국지다. 1700만 부가 팔렸다. 만화가 고우영은 ‘쪼다 유비’ ‘싸나이 조조’ 등 새로운 삼국지 인물 평가로 기존 삼국지의 틀을 깼다.

현대 젊은이에게 삼국지는 컴퓨터 게임 캐릭터의 원전이 되고 있다. 젊음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창출하며 원전과는 전혀 다른 새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기성세대가 주어진 삼국지 텍스트를 보며 머릿속으로 상상력을 키우는 데 그쳤다면 신세대는 화려한 비주얼의 영화와 컴퓨터 그래픽을 바탕으로 새로운 삼국지를 창조한다. 과학사가 조셉 니덤이 “삼국지를 경제전쟁으로 그려보면 어떤가”라는 제언을 남길 정도로 삼국지는 부단히 진화하는 동양 문화 콘텐트의 보고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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