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칼럼>"더위가 복병"인 황영조 올림픽2연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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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마라톤을 제패한 황영조선수는 앞으로 세계최고기록과 올림픽 2연패에 도전,둘중 하나는 꼭 성취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한 바 있다.그동안 히로시마아시안게임의 마라톤우승,그리고 보스턴마라톤에서의 4위 입상등 건재를 과 시함으로써 황영조선수의 대국민공약은 가시권(可視圈)에 들어와 있는 셈이다.그의 야망에 찬 목표는 96년8월의 애틀랜타올림픽 마라톤제패에 정조준돼 있고,세계최고기록까지 염두에 둔다면 양손에 꽃을 쥐는 영광도 향유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 들의 의견이다.
문제는 살인적인 애틀랜타의 더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며 그 대책을 계산에 넣고 있느냐다.미국 스포츠의학의 권위자인 데이비드 마틴 조지아대 생리학교수는 마라톤 레이스를 예정대로 96년8월4일 오후6시30분에 거행하게 된다면 습도 1 00%,섭씨40도인 애틀랜타의 여름철 기후조건을 무시한 것으로써 최악의 선택이라고 경고했다.그는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새벽으로 시간을변경해야 한다고 조직위에 권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애틀랜타올림픽은 묘하게도 연중 가장 더운 시기인 7월19일부터 8월4일까지 열리게 되는데 월평균 최고기온은 7월이 31.1도,8월이 30.6도며 과거 최고기록으로는 80년 7월평균이 40.6도였다.지난 7월18일 열린 애틀랜타컵 마장마술대회때는 38.3도까지 기온이 올라가 직경 1의 대형선풍기를 개조한 분무기 65대를 동원해 약 5도정도 내렸으나 말들이 견디지 못했다는 얘기다.특히 마장마술 특유의 전통적 규칙에는 선수들이 반드시 모자와 검은 재킷,그리고 흰 바지를 입게 돼있는데더위 때문에 검은 재킷은 입지 않도록 배려했을 정도였다.현지 신문들은 평균기온 31.1도에다 콘크리트 반사열등으로 체감온도는 51.1도나 되며 따라서 대회성공의 열쇠는 더위대책이라고 못박고 있다.
지난 7월 일본의 마라톤 관계자들이 현지를 답사한 보고도 이더위문제가 가장 심각한 장애요인이라고 지적했다.마라톤 코스는 시외각의 메인스타디움을 출발,애틀랜타시가를 관통하면서 노벨 평화상수상자인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생가와 『■람 과 함께 사라지다』의 작가 마거릿 미첼의 탄생지등 다분히 관광차원의 코스를택했고 20여개의 올망졸망한 작은 언덕과 30㎞지점부터 가파른언덕 4개가 버티고 있어 까다로운 레이스전개가 될 것으로 이 보고서는 적고 있다.
사람들이 마라톤을 올림픽의 꽃이라고 한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2시간이상의 지속적인 힘과 스피드의 안배,따라서 지속 누진되는 고통의 감내가 인간능력의 한계를 측정하는데 가장 기여도가 높기 때문이다.
42.195㎞의 거리는 대체로 6만2,000보 전후로 계산된다.달릴 때의 접지충격은 체중의 3배며 섭씨 40도의 마찰열을감당해야 할 뿐아니라 달린 후의 발은 5~6㎜쯤 팽창할만큼 부담이 가중된다.일본의 여자 마라토너 마스다 아케 미는 양쪽 발바닥의 뼈가 일곱군데나 피로골절되었고 뼈의 질은 65세쯤으로 빈약하다는 진단을 받았었다.무리한 감량,과격한 연습,호르몬의 이상분비등 뼈의 칼슘량이 준 탓으로 판명됐다.황영조선수의 올림픽마라톤 2연패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의 바다가 가로놓여 있음을 인식해야 되겠다.
〈언론인.KOC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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