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紳士-원래 고위관리를 지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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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紳士(Gentleman)라면 훤칠한 키에 검은색 연미복(燕尾服)에다 콧수염도 기르고 높은 모자를 쓰고 지팡이를 든 그런 사람을 연상하게 된다.지금은 용모가 말쑥하고 옷도 잘 입은 남자를 紳士라고 한다.紳士의 개념이 그만큼 서구화됐 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본디 紳士는 순수 동양적인 개념으로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 관리(官吏)를 뜻했다.서양말이 전래되면서 적당한 우리말이 없어 그야말로 「적당하게」 번역된 결과다.경제(經濟)니 철학(哲學)따위도 그런 경우다.
紳은 본디 요대(腰帶.허리띠)의 일종이다.신분 구별이 엄격했던 만큼 요대에도 구별이 있었다.
일반 백성들은 베로 만든 요대를 사용했는데 그것을 포대(布帶)라고 했다.
한편 관리들의 요대에도 구별이 있었는데 고위직 관리들은 비단(멱)으로 만든 것을 사용했는데 그것을 紳,또는 신대(紳大)라고 했으며 하위직 관리들은 가죽으로 만든 것을 사용했는데 그것이 혁대(革帶)다.
따라서 紳士라면 「신대를 패용(佩用)했던 선비」라는 뜻으로 고위 관리를 뜻했다.
본디 말은 진신지사(紳之士)다.여기서 은 「꽂다」라는 뜻을 가진 말로 다름 아닌 홀(笏)을 신대에 꽂은 자를 뜻했다.
후에는 진신(紳)이 모든 관리를 뜻하는 말로 바뀌게 되었으므로 조그만 관직이라도 가졌으면 진신,또는 紳士라고 했으며 심지어는 퇴직해 향리(鄕里)에 묻혀 사는 사람까지도 紳士라고 불렀다. 이렇게 볼 때 진정한 紳士는 공무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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