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가 건축비 빼돌려 학교 6곳 맥없이 붕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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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쓰촨(四川)성 지진 피해가 가장 심한 지역 가운데 한 곳인 베이촨(北川)현 중·고 학교. 이번 지진으로 1000여 명의 학생과 교사들이 산 채로 매몰돼 있는 현장이다. 지진 구호대가 생존자 구조 작업을 시작하며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를 치우자 힘없이 무너진다. 7층 건물이 붕괴됐는데 쌓인 콘크리트 잔해 높이는 2m가 채 안 된다. 콘크리트가 무너지면서 힘없이 부서져 산산조각이 났기 때문이다. 기둥을 제외한 대부분의 콘크리트 더미에서 철근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그나마 기둥 콘크리트에 박힌 철근도 새끼손가락 정도 굵기에 서너 개가 전부다.

이번 강진으로 최소한 6개 학교가 붕괴된 것으로 알려지며 학교의 부실 건축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파이낸셜 타임스 등이 14일 보도했다. 두장옌(都江堰)시 신젠초등학교의 한 학부모는 영국 인디펜던트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관리들이 돈을 빼돌려 아이들 수백 명을 죽였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를 놓고 중국 도시와 농촌의 빈부 격차 못지않은 ‘안전 격차’가 논란이 되고 있다. 대도시 건물은 상대적으로 강도가 센 콘크리트를 사용하지만 지방으로 갈수록 날림 건물이 많아 막대한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진앙지 원촨(汶川)현 건물의 80% 이상은 무너져 내렸다. 이곳에서 160㎞나 떨어진 베이촨현 역시 건물의 70% 이상이 파괴됐다. 반면 진앙에서 90㎞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청두(成都)시 건물은 대부분 온전했다. 학교 한 곳이 무너지고, 교외의 일부 건물이 부분 파손되거나 금이 가는 정도였다. 이 때문에 사망자는 13일 현재 959명 정도다.

그러나 베이촨현에선 무려 7000여 명이 숨졌다. 원촨에서 60㎞ 떨어진 펑저우(彭州) 역시 대부분의 건물과 다리가 붕괴됐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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