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발언대>여성사회참여 확대정책 선언보다 실천이 더중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여성계가 깜짝 놀랄」정도로 여성을 중용하겠다는 여성정책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었었다.그러나 취임후 지금까지 여성계를 놀라게 할 정도의 획기적인 여성정책은 별로 없었다.차제에 세계화추진위원회가 마련한 「여성의 사회참여확대 10대 과제」의 발표는 여성문제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늦은 감이 있으나 크게 환영하는 바다.
여성의 사회참여확대 10대 과제의 추진은 우선 시기적으로 매우 적절하다.우리가 원하든,원하지 않든 세계는 급변해 이제 산업화시대는 퇴색하고 정보화시대가 도래하고 있다.새로 전개될 최첨단 정보화시대에는 창조력과 감수성을 지닌 여성의 동참이 불가피해진다.10대 과제는 내용에 있어서도 성차별을 타파하는 「혁명적」조처로 평가된다.여성의 정치사회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직급별 할당제와 같은 구체적이고 단계적인 방안과 목표를 명백히 제시하고 있다.뿐만 아니라 여성고용에 따른 기본적인 사회환경을국가비용으로 부담한다는 인식의 전환도 돋보인다.민간 참여를 통한 보육시설의 확대라든가,방과후 아동지도,학교급식의 전면적 확대,모성보호비용의 사회적 분담 등은 다음 세대의 국민을 길러내는 일이 더 이상 한 개인의 일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나 여성계가 함께 풀어가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보다 이 10대 과제를 정책화하고 제도화해 명실상부하게 실현해 나가는 일일 것이다.세추위가 발표한 10대 과제는 열린 토론마당을 통해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가 남아 있 다.이 과정에서 미비한 점은 과감히 보완하고 수정해 나가야 할 것이다.고용할당제를 주장했던 여성계의 바람이 가산점 수준에 머무른 것이나 육아를 위한 시설지원비에 대한 언급은 있으나 운영비에 대한보조가 없는 점등은 보완돼야 할 조항 들이다.그리고 여성정책을적극적으로 이끌어 나갈 집행력을 구비한 여성부의 신설이 또 누락되었다.
정부로서는 10대 과제를 실현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하고 부처간의 협조를 효율적으로 이끌어 내야 한다.그리고 여성발전기본법을 제정하려면 국회의원을 포함한 정치인들의 의식전환도 시급하다.여성계에서는 이번 시책들이 제대로 실현되는 과 정을 엄격히모니터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이를 위해 민간차원에서 여성정책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주기적으로 정부시책을 점검하고 독려하는 작업을 할 필요가 있다.정부여당은 이 10대 과제가 총선을 겨냥한 공약성 선심이 아니라 이 나라의 미래를 내다보고 마련한 중요한 국가정책의 하나임을 분명히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