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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영상문화 저변 확대 주춧돌 놓는 선생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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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누구나 쉽게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영화를 찍으러 나설 수 있어야지요. 전주시민영화제가 영상 문화의 저변을 튼튼히 다지는 데 주춧돌을 놓았으면 합니다."

23일 막을 올린 전주시민영화제 조직위원장 조시돈(趙時敦.43.전주 효문여중) 교사. 그는 2001년부터 매년 한차례씩 열리는 이 행사를 4년째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영화제 지킴이'다. 이 영화제는 영화를 좋아하는 학생.가정주부.직장인 등이 참여해 꾸미는 국내 유일의 시민영화제다. 유명 배우.감독.제작자 등은 참여하지 않으며, 돈벌이를 목적으로 한 상업적 이벤트도 없다. 영화에 대한 꿈과 열정을 가진 시민과 그들이 만든 작품이 주인공이다.

오는 27일까지 5일간 열리는 이 행사의 경우 일반인이 직접 각본을 쓰고 촬영한 출품작 52편 중 가려 뽑은 27편이 전주시내 한 영화관에서 상영된다. 사회과목을 가르치는 趙교사가 이 영화제와 인연을 맺은 것은 4년 전 영화제작 기법을 가르치는 '디지털 워크숍'을 석달 동안 다닌 것이 계기가 됐다. 자신이 속한 시민단체인 환경운동연합에서 교육용 자료로 쓸 동영상 교재를 제작하기 위해서였다. "한국 영화가 외면받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시민이 나서 소비 시장을 창출해 보자며 의기투합해 영화제를 추진했지요." 주변에선 '무모한 도전'이라며 말렸지만, 趙교사와 20여명의 스태프들은 밤을 새우다시피하며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했다. 운영경비는 시민 회원.변호사.기업인 등이 보내는 후원금과 문예진흥기금 등으로 충당하고 있지만 재정은 늘 빠듯하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영화제는 훌쩍 커졌다.

매년 사흘씩 개최했던 영화제를 올해는 닷새로 늘려 잡고 홍콩.태국 등에서 20여편의 해외 작품까지 들여왔다. 또 부산.부천.대구 등 다른 지역 영화인도 작품을 보내 힘을 보탰다. "작은 영화제지만 홀대하지 않고 뜨거운 관심을 보여준 시민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趙교사는 "척박한 지방 영화 산업이 활짝 꽃을 피울 수 있는 씨앗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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