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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지도부, 추미애 카드 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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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 추미애(秋美愛) 의원

24일 밤 민주당 대표실. 조순형 대표, 유용태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모여 선대위원장직을 거부하고 있던 추미애 의원 문제를 놓고 머리를 맞댔다.

문틈으로 간간이 큰소리가 새어나왔다. 1시간30분쯤 뒤 이승희 대변인이 잠시 나와 "秋의원에 대한 설득은 그만 한다. 다른 사람들로 선대위를 꾸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선대위 출범도 당초 25일에서 26일로 하루 늦췄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마지막 구원투수'로 기대를 모았던 秋의원과 사실상 결별 수순에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李대변인은 "秋의원이 선대위원장 수락 조건으로 이미 확정된 공천을 바꿀 권한과 趙대표 등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 공천을 바꿀 경우 더 큰 혼란이 우려되는 데다 趙대표 사퇴 요구는 사실상 탄핵 철회 요구여서 당으로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선 趙대표를 제외한 지도부 전원이 사퇴키로 했다. 이로써 趙대표를 중심으로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민주당으로선 秋의원 설득 작업에 참으로 바쁜 하루를 보냈다. 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회의를 열고 논의 끝에 심재권 비서실장을 秋의원에게 보내 요구조건을 파악한 뒤 최종대책을 논의키로 결정했었다.

秋의원에 대한 성토도 있었으나 '秋단독선대위원장'은 위기에 빠진 민주당으로선 쉽게 버릴 수 없는 카드였기 때문이었다.

김효석.김성순.이정일.조한천 의원 등 수도권과 호남지역 초.재선 의원 10여명도 이날 오전과 오후 두 차례 모임을 갖고 秋의원 설득 방안을 모색했다.

이들 사이에선 선대위 구성은 물론 공천 취소 등 공천과 관련한 전권도 秋의원에게 줘야 하는가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결국 기존 공천을 바꿀 권한 대신 아직 미정인 공천과 선대위 구성에 관련한 전권을 주고 초.재선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秋의원을 돕는다는 조건으로 秋의원을 적극 설득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러나 모든 노력은 무위에 그쳤고 지도부는 '秋의원 카드'를 버렸다.

이로 인해 당으로선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예상된다. 자칫 '제2의 분당사태'까지 우려된다. 당장 秋의원을 지지했던 당내 쇄신파 의원들과 공천자들의 연쇄적인 공천권 반납과 탈당 등 강한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다.

조한천 의원은 "결국 당을 분열시키자는 것이냐"며 지도부를 비난했다.

秋의원의 거취도 관심거리다. 그는 보좌진으로부터 당 지도부의 결정을 전해들었으나 별다른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일부에선 탈당 가능성까지 나온다.

그러나 선대위 출범을 하루 늦춘 덕에 벌어놓은 25일 하루 동안 새로운 해결의 실마리가 찾아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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