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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유치 모범생 충남, ‘백제 고도’ 부여 복원 … 일본 문화촌도 짓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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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충남 부여 백제역사재현단지 내에 조성 중인 백제왕궁. 맨 앞의 성문을 지나 중앙으로 임금이 집무를 봤던 중궁이 자리 잡고 좌우로 동궁·서궁이 들어섰다. 오른쪽엔 왕실 사찰의 모습을 재현한 능사가 보인다. 능사에는 9층 건물 높이(38m)의 수직형 5층 목탑이 웅장한 모습으로 서 있다.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12일 충남 부여군 규암면 합정리에 위치한 백제역사재현단지(백제단지) 공사 현장. ‘제2의 경주’를 꿈꾸는 백제의 고도(古都) 부여를 재현하기 위한 궁궐 공사가 한창이다. 1994년부터 총 사업비 3771억원(국비·도비 771억원+민자 3000억원)을 들여 2010년까지 백제 문화를 되살리는 사업이다. ‘찬란했던 백제 역사·문화와의 만남’이라는 컨셉트로 330만㎡ 부지 위에 건설되는 백제단지는 왕궁촌 등이 있는 역사재현촌과 관광객들을 위한 복합 관광 지역 등 두 가지 테마로 조성된다. 2010년 개최되는 ‘대(大) 백제전’에 맞춰 문을 열 계획이다.

◇사비백제 복원=역사재현촌은 현재 7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백제 역사 중 사비백제(538~660년)를 복원한다. 백제 30대 무왕은 사비백제 때 일본에 천문·지리 등 서적과 불교를 전파하는 등 찬란한 사비백제 부흥기를 이끌었다. 대표적 명물은 백제왕궁. 나당연합군에 의해 불탄 지 1348년 만에 다시 세워지고 있다. 국내 최대의 고 건축 복원 공사로 이곳에서 사용되는 목재만 160억원이나 된다.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왕궁은 왕의 집무 공간인 중궁전(330㎡) 기둥 높이가 18m에 달할 정도로 장대한 규모다. 기와 공사가 끝났고, 녹색·붉은색의 단청도 입혔다.

왕궁 옆에는 초대형 5층 목탑도 세워졌다. 이 탑에는 513t의 나무와 기와 3만1768장이 들어갔다. 건축물들은 기초에서 건축·단청까지 철저한 고증을 거쳤다. 백제 고유의 하앙식(下仰式)이라는 전통 건축 공법도 도입됐다. 이 건축법은 중국과 일본의 고 건축을 뒤져 가까스로 찾아낸 백제 건축의 정수로 꼽힌다.

역사재현촌에는 한국전통문화학교·예술인마을·산업교역촌·풍속종교촌·개국촌·군사통신촌·전통민속촌도 들어선다. 백제 문화와 긴밀한 관계가 있는 일본 아스카 문화를 활용, 일본인 관광객을 겨냥한 ‘아스카 문화촌’도 생긴다.

차영재 백제권문화재 관리소장은 “백제단지가 문을 열면 연간 5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다녀갈 것”이라며 “백제 문화와 연관된 일본인 관광객도 연간 50만 명 이상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본인들이 백제단지에 왔을 때 ‘일본의 뿌리인 백제’를 연상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청주공항~일본 노선을 신설하는 방안도 정부에 건의했다.

◇롯데그룹 참여로 사업 탄력=이 사업은 지난 10여 년간 재정난에 허덕이면서 복합관광 지역 사업에서는 어려움을 겪었다. 왕궁촌이 문을 열어도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 초기에 수백억원대의 적자를 내고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낳았다.

하지만 롯데그룹이 최근 이 사업에 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백제의 비상(飛上)’이 탄력을 받았다. 이완구 충남지사는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을 만나 백제역사재현단지 사업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해 긍정적 답을 얻어냈다”고 말했다. 신 회장과의 면담 직후 ㈜롯데호텔로부터 투자제안서도 받았다. 충남도는 5월 중 신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롯데가 제출한 제안서에 따르면 1단계로 2010년 8월까지 휴양문화·숙박 시설을, 2011년까지 운동·숙박 시설을 짓는다. 사업 대상 부지는 단지 전체 면적 중 절반인 165만㎡. 휴양문화 시설로는 백제테마아웃렛·어뮤즈먼트(Amusement) 파크·애그리(Agri) 파크·에코(Eco) 파크 등을 계획 중이다. 백제테마아웃렛은 백제 용봉 문양을 형상화한 특유의 랜드마크 건축물을 중심으로 공연·쇼핑을 즐기는 공간이다. 어뮤즈먼트 파크는 ‘전통과 자연’을 테마로 워터파크 등 가족 휴양시설로 꾸며지며 롯데월드 같은 테마파크와 스파 등의 물놀이 시설이 들어선다. 이 밖에 18홀 규모의 대중 골프장을 갖춘 골프빌리지와 10층 규모의 타워형 콘도미니엄 등 숙박 시설도 건립된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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