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매일 속는다고 생각하면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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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내일 비가 올 테니
우산 꼭 챙기세요.
오늘 날씨가 추워지니
옷차림 단단히 하세요."

매번 속는다고 생각하면서도
항상 챙기게 됩니다.

날씨 예보는 늘 틀린다고
기상청을 원망하면서도
왜 그토록 궁금해하는지.
아세요?
날씨 예보의 적중률이
85%나 되는 걸.

"수퍼컴퓨터도 사줬는데
왜 못 맞히느냐"고
불만이 많은 걸 보면
기대는 하늘처럼 높습니다.

그 수퍼컴의 성능은
들여오던 1999년만 해도
세계 16위 수준,
5년이 지난 지금
10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죠.

나라마다 가장 좋은 컴퓨터는
기상청에 있다는데.
그러나 한번 사준 수퍼컴이
만능은 아니겠죠.

일본의 기상담당 인력은
우리의 6배,
미국의 기상예산은
우리의 19배나 된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호기 수퍼컴 들여오는데
5년이 걸리고,
정확한 예보에 필수인
장비 구입 예산은
깎이기 일쑤라네요.

천기(天氣) 누설이란
숙명 때문에
폭우에도
태풍에도
폭설에도
하늘만 바라보고 애태운
기상청의 100년.
매번 속았다고,
든든한 지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내줄
여유를 잃진 않으셨겠죠.

*100년전인 1904년 3월 25일 전남 목포관측소에서 정규 기상관측이 처음으로 시작됐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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