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없앴더라도 9.11 못막았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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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오사마 빈 라덴을 사전에 제거했다면 9.11테러를 막을 수 있었을까. 미국의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고위 관리들은 "알카에다의 세포조직들이 이미 수개월 전에 잠입해 있어서 테러를 저지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윌리엄 코언 전 국방장관과 함께 23일 '대미(對美) 테러공격 조사위원회'의 청문회에 출석, 이같이 밝혔다고 미 CNN방송 등이 보도했다.

◇"사전정보 없었다"=올브라이트와 코언도 빈 라덴을 체포하고 그가 이끄는 알카에다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할 명분과 결정적인 증거를 포착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올브라이트는 "당시엔 국내외에 군사개입에 대한 정당성을 설득시키기 어려웠으며 결과적으로 9.11테러가 사람들에게 이를 이해시키는 불행한 사건이 됐다"고 말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9.11테러 이전에 테러범들이 민항기를 공중납치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는 정보가 없었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밥 케리 조사위원은 "1993년 무역센터 폭파사건을 비롯해 수차례의 테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차례의 군사행동만 있었다는 것은 큰 실수였다"고 지적했다.

◇세 차례 공습 계획 무산=코언 전 장관은 "세 차례에 걸쳐 아프가니스탄 공습이 계획됐지만 무산됐다"고 밝혔다. 조사위원회에 따르면 99년 2월의 공습계획은 당시 백악관 테러담당보좌관이었던 리처드 클라크가 아랍에미리트를 방문 중인 미국관리들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바람에 철회됐다. 클라크는 최근 '모든 적들에 대항해서'라는 저서를 통해 "부시 행정부는 빈 라덴이나 알카에다의 위협을 무시하고 사담 후세인과 이라크에만 관심을 가졌다"고 폭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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