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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자연을 더이상 배신말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2학기를 시작하면서 4백여명의 우리 학생들과 교수들이 칠포해수욕장 근처 바닷가로 나갔다.함께 해변 청소를 시작한지 한 시간도 채 못돼 수거한 쓰레기는 트럭 한대분을 초과하는 양이었다. 피서객들은 온갖 쓰레기를 마구 버리고 떠나갔다.그 후에 오는 무서운 결과가 자신들과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어떤 피해를 돌려주는지 알고나 있는지.우리들의 무지와 무책임한 작은(?)행동하나하나가 우리의 자연을 얼마나 황폐케 하고 있는 가.
산과 바다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무한한 선물들이 무서운 독소로변하기 전에 지구환경의 위기에 대한 자각과 반성을 해야 한다.
우리의 생존기반인 자연을 지키고 보호하지 않으면 자연은 더이상자정(自淨)능력과 자기 보존능력을 잃은 채 우 리에게 풍성한 자연의 선물들을 줄 수 없다는 것을 경각해야 한다.
지난번 시프린스號 유조선 침몰과 남해.동해에서 한달간 지속된유독성 적조(赤潮)현상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부산앞바다에서 대형 유조선이 좌초,침몰된 해양사고가 났다.연이은 사고로 양식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직접 보는 엄 청난 피해를 단지 남의 일로 관망만 할 것인가.푸른 바다가 만신창이가 돼가는것에 대해 그 심각성을 우리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며칠전 국회 농림수산위 국정감사에서는 국회의원들과 수산청간에적조피해의 원인이 인재(人災)인가,천재(天災)인가에 대해 열띤공방이 있었다고 한다.적조발생 원인이 기름제거용 유화제 과용 탓이든,태풍으로 인해 육지의 오폐수(汚廢水)가 바다에 모여 들어 생긴 천재지변 탓이든사람이 오염시킨 것만은 틀림 없다.
근대 산업문명은 물질적 풍요의 기반을 우리에게 가져다 주었지만 인간생존의 기반인 자연을 황폐케 하는 환경파괴도 수반했다.
20세기 후반 지구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징후는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그 심각성을 경고하는 보고서들 이 계속 나오고 있다.지구의 온난화(溫暖化),오존층의 파괴,대기와 수질의오염,토양의 오염,이상기후현상 등이 환경위기를 심화시키는 주요요인들이다.이대로 간다면 인간 생존을 위협,지구를 파멸로 몰 수 있는 상황이 가속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국민 모두 힘을 합쳐 금수강산을 다시 살려내야 한다.선진국임을 자랑하는 기준중 하나가 환경공해에 대한 정부의정책,국민들의 의식과 관심을 들 수 있겠다.
정부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노력은 말할 것도 없고 학교마다,마을마다,모임마다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계속 교육하고 계몽해야 할것이다.각 지방자치기관은 자율적으로 환경을 관리할 수 있도록 지역주민을 직접 참여시켜 주민의 역량과 창의성을 활용토록 하는정책도 필요하다.고도의 전문적이고 항구적인 환경보호 정책과 함께 지방자치기관의 역할분담및 공조체제를 확고히 해야 할 것이다. 이제나마 다행히 해양사고 예방과 해결책의 하나로 정부는 5대정유회사의 민간 출자로 해양오염방제전문社 설립을 추진하고 유조선 전용항로를 설정,좌초를 막도록 하는 해양오염 종합대책을 마련한다고 한다.환경문제는 국경을 넘는 전지구적 공 동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므로 국가나 개인적 이해관계를 초월,우리 인류의 앞날을 위해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임을 인식해야한다. 이제 다가오는 21세기 세계화시대는 지구환경시대라는 관점에서 보면 인간과 자연이 함께 더불어 사는 시대를 실현하는 시대다.유용한 에너지는 점차 고갈돼가고 있고,소비는 날로 급격히 증가되는 이 시대에 청정한 공기로 숨쉴 수 있는 새 로운 대체에너지가 절실히 요구된다.
그린라운드에서 보는 것처럼 환경이 새로운 경제적 경쟁의 무대가 될 것이므로 우리는 지식정보와 과학문명의 성과를 환경문제 해결에 폭넓게 이용,환경친화적인 산업을 일으켜 질적인 경제발전과 함께 지구환경 개선책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아름다운 오색빛깔로 곱게 단장한 가을이 어김없이 찾아와 우리들의 단풍 나들이를 손짓한다.이 가을에는 함부로 버리는 쓰레기로 더 이상 산과 가을을 배신해서는 안되겠다.자연에 잃어버린 우리의 신용과 우정을 되돌려 주자.
〈한동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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