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에 힘 부친 힐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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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힐러리가 퇴출되는 건 뉴스가 아니다. 다만 언제냐가 관건일 뿐.” 미국 언론들은 6일(현지시간) 인디애나·노스캐롤라이나주 프라이머리 이후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 대해 사실상 ‘시한부’ 판정을 내렸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8일 의기양양했던 힐러리를 수렁으로 빠뜨린 패착 다섯가지를 조목조목 분석했다.

①대세 오판=가장 큰 잘못은 변화를 바라는 민주당 유권자들의 열망을 읽지 못한 점이다. 그래서 경험과 인지도를 내세우는 걸 주요 전략으로 삼았다. ‘사상 첫 여성 대통령’에 대한 불안을 덜기 위해서였다지만, 새 역사를 원하는 민심에 부합하지 않았다.

②규칙 미숙=힐러리 캠프의 수석 전략가였던 마크 펜은 민주당 경선 규칙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승자 독식’ 방식으로 경선을 치르는 공화당과 달리 민주당은 득표 비율에 따라 각 주의 대의원을 나눠 갖는다. 이를 간과한 펜은 초반에 캘리포니아주에서 승리해 대의원 370명을 모두 획득하면 승기를 잡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당시 회의에 동석했던 고참 민주당원 해럴드 이키스가 깜짝 놀라 경선 규칙을 펜에게 설명해 줬지만, 이후에도 대형 주 위주 전략은 바뀌지 않았다.

③코커스 과소 평가=힐러리는 평일 저녁 시간에 열리는 코커스(당원대회)엔 자신의 열성 지지층인 여성·노인·백인 노동자들을 끌어 모으기 힘들다고 여겼다. 그래서 코커스 형식으로 경선을 치르는 미네소타·네브래스카·캔자스주 등을 포기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이들 주에 전체 대의원의 12%가 걸려있었다. 오바마가 확보 대의원 수에서 힐러리를 앞서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코커스 연승이었다.

④돈줄 다양화 실패=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부터 의지해 온 ‘큰손’들만 쳐다보다 쪼들리는 신세가 됐다. 이들은 힐러리를 위해 주머니를 열었지만, 선거법상 한도인 2300달러 이상을 내줄 수가 없었다.

⑤단기전에 급급=힐러리 캠프는 장기 포석에 치명적인 열세를 보였다. ‘수퍼 화요일(2월 5일)’에 전력투구하느라 이후 치러진 경선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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