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간20분 ‘거북이 마라톤’ 라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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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여자 프로골프 투어가 거북이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9일 전남 함평의 함평 다이너스티 골프장에서 벌어진 KLPGA 투어 KB스타투어 1차대회 1라운드. 오전 9시51분 출발한 안선주(하이마트)는 오후 5시10분쯤 경기를 끝냈다. 7시간20분이 걸린 마라톤 라운드였다. 안선주는 5언더파를 쳐 단독 선두에 올랐지만 진이 빠질 대로 빠졌다. 다른 선수들, 관중, 시청자도 마찬가지다.

협회는 “바람이 분 데다 일부 어려운 홀에서 밀리는 바람에 시간이 지체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렵지 않은 코스에서도 KLPGA 투어 대회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로 유명하다.

미국 LPGA 투어로 간 정일미(기가골프)는 “과거엔 대회 수가 많지 않아 선수들이 한 타 한 타에 신중을 다하느라 경기 시간이 느렸다. 그래서 미국이나 일본에서 적응할 때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매주 대회가 열리는 요즘도 슬로플레이가 줄어들지 않는 형편이다.

한 대회 관계자는 “선수들이 할당된 시간을 모두 찾아먹으려 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꼭 필요한 시간만 쓰면 되는데 자기 시간을 다 쓰지 않으면 손해본다는 생각에 시간을 무한정 잡아먹는다는 것이다.

일본 투어에서 뛰는 한 선수는 “샷을 하기 전에 다른 선수들도 준비를 해야 효율적인데 국내에선 샷을 하기 전에도 다른 선수를 꼼짝 못하게 하니 시간이 늘어진다”고 말했다. 이 대회에 참가한 한 선수는 “나도 슬로플레이가 싫다. 협회가 확실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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