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 명이 야생오리 1마리 ‘포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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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청에서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병함에 따라 경찰 등 관련 기관 직원들이 7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 내 일감호수에서 오리를 잡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후 서울 화양동 건국대 내 호수. 그물망과 뜰채를 손에 든 70여 명의 남자가 모였다. 이들은 호수에 살고 있는 야생 조류를 잡기 위해 모인 광진소방서 대원, 구청과 보건소 직원, 해병대전우회원 등이었다. 인근 광진구청 자연학습장에서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AI)의 추정 원인으로 호수에 사는 야생 조류의 배설물이 지목됐기 때문이다. 광진구청으로부터 건국대 호수까지의 거리는 약 570m(가운데 지점 기준). 6만3000㎡의 이 호수에는 청둥오리를 포함한 오리 18마리와 거위 1마리, 재두루미 2마리가 살고 있다. 광진구 박기호 지역경제과장은 “호수 내 작은 섬에 쌓인 배설물이 AI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야생 조류 체포조’들은 보트 4대까지 동원해 새들을 쫓아다녔다. 그러나 새들의 움직임은 더 날렵했다. 보트를 타고 오리를 겨우 쫓아가 뜰채를 들면 물속으로 몸을 감췄다. 투망을 던져 오리를 가둔 뒤 뜰채로 사로잡는다는 계획이었으나 오리들은 용케도 그물을 피해 달아나거나 잠수했다. 결국 2시간에 걸친 사냥의 결과는 1마리 생포로 끝났다. 죽은 오리 1마리를 발견했으나 AI 때문이 아닌 고양이의 공격을 받고 죽은 것으로 추정됐다. 결국 요원들은 생포한 오리 1마리와 죽은 오리 사체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보내 감정을 의뢰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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