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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압승 … 힐러리 신승, 안개 속 ‘게임’은 계속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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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노스캐롤라이나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고 불렀다. 흑인 유권자가 33%나 되는 이곳에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을 이기거나 접전을 벌이면 경선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뜻에서 그런 말을 한 것이다. 약 2주 전 펜실베이니아주 프라이머리에서 대승한 데다 오바마의 정신적 스승이었던 제레미아 라이트 목사의 반미 발언이 큰 파문을 일으킴에 따라 상승세를 탄 힐러리는 노스캐롤라이나에 큰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6일 실시된 노스캐롤라이나 경선 결과는 그에게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오바마는 이곳에서 56%의 득표율로 힐러리(42%)에게 압승을 거뒀다. 오바마는 인디애나주에서도 선전했다. 힐러리가 51% 대 49%로 승리했으나 오바마는 4∼5%포인트 차이로 질 것이라는 여론조사보다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승리가 확정된 직후 오바마는 모처럼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는 “노스캐롤라이나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한 사람들이 있었으나 오늘 노스캐롤라이나가 결정한 건 워싱턴의 (구식 정치) 게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면서 힐러리를 겨냥하며 기염을 토했다.

오바마는 “이제 우린 대통령 후보가 되는 데 필요한 대의원을 200명도 남겨 놓지 않게 됐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기 위해선 2025명의 대의원을 확보해야 한다. CNN방송이 노스캐롤라이나와 인디애나 경선 결과를 반영해 집계한 대의원 확보 숫자(경선과 관계없이 지지 후보를 정하는 수퍼 대의원 포함)는 오바마 1836명, 힐러리 1681명이다.

오바마의 선거 책임자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남은 6개 지역(대의원 217명) 경선에서 힐러리가 70% 이상의 득표율을 올려야 우릴 따라 잡을 수 있는데 그게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힐러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다시 한번 밝혔다. 그는 인디애나 연설에서 “여정을 계속할 테니 여러분이 도와 달라”고 했다. 그는 남은 경선 지역을 거론하면서 “우린 열심히 여러분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했다.

힐러리는 이날 고졸 이하 학력의 백인층에서 60%가 넘는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흑인층에선 극히 저조한 성적을 올렸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흑인의 6%, 인디애나에선 8%의 지지밖에 얻지 못했다. 두 곳에서 흑인의 91∼92%는 오바마에게 몰표를 줬다. 이런 투표 성향은 6월 3일 경선 일정이 끝날 때까지 계속 나타날 걸로 보인다.

힐러리는 웨스트버지니아주(13일)·켄터키주(20일)·푸에르토리코(6월 1일)에서, 오바마는 오리건주(20일)와 몬태나·사우스다코다주(6월 3일)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둘은 남은 대의원 217명을 대략 반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경선 결과만으론 누구도 2025명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둘의 운명은 지지 후보를 맘대로 정할 수 있는 수퍼 대의원의 손에 달려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6일 현재 힐러리는 수퍼 대의원 269명, 오바마는 255명의 지지를 확보했다. 입장을 밝히지 않은 수퍼 대의원은 268명이다. 이들에 대한 오바마와 힐러리의 쟁탈전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 인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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