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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에너지로 우주 항해하는 프로젝트 준비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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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세계적 과학저술가 부부였던 앤 드루얀과 칼 세이건의 젊은 시절<下>. 드루얀은 이번 주 세이건(1996년 작고)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샘과 함께 내한했다<上>.

앤 드루얀(59)과 칼 세이건(1996년 62세로 작고)은 전세계 과학계의 소문난 잉꼬부부였다. 서로를 “소울메이트”라고 부르며, 연구도, 저술도 함께 했다. 과학, 특히 천문학의 대중화에도 함께 힘썼다.

우주의 비밀을 쉽게 풀어낸 TV시리즈이자 저서인 ‘코스모스’도 둘이 힘을 모아 만든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80년대 60개 나라에서 인기리 방영됐다. 조디 포스터 주연의 SF영화 ‘컨택트’(1997)도 둘의 합작품이다.

드루얀은 남편과 사별한 뒤에도 왕성한 활동을 펼쳐 왔다. 우주 관련 콘텐트 제작회사인 ‘코스모스’의 CEO로 내한, SBS 주최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 2008’에 참가했다. 그녀의 방한은 세이건이 각별히 아꼈다는 저서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사이언스북스)의 한국어판 출간도 축하하기 위해 이뤄졌다.

-칼 세이건과 어떻게 만났나.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만든 감독이자 내 친구인 노라 애프론이 연 파티에서 74년 처음 만났다. 나는 약혼자와 함께, 그는 부인과 함께였다. 우리 커플들은 즉시 친해졌고, 2년이 넘는 동안 우정을 쌓았다. 그러다 그가 나를 미 우주항공우주국(NASA)의 보이저호 프로젝트에 참가시켰다. 우린 함께 외계에 존재할지 모르는 생명체에게 보낼 지구의 음악을 고르는 작업을 했다. 어느 날, 업무상 그에게 전화를 했다가 부재중이어서 메시지를 남겼다. 그에게 곧 전화가 왔는데, ‘당신 메시지를 본 순간, 당신을 10년 전에 만나야 했다는 걸 깨달았다. 나와 결혼해달라’는 말을 하더라. 그 자리에서 승낙했다. 데이트는커녕 키스도 한 번 안 한 상황이었지만 서로 함께해야 할 운명이란 걸 느꼈다. ‘유레카(깨달았다)’라고 외치고픈 상황이었다고나 할까(웃음). 그 뒤 두 아이를 낳았고, 그와 함께 서로를 존경하고 사랑했던 20여 년은 행복 그 자체였다. 사후세계를 믿지 않았던 우리는 서로 다시 만날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서로에게 더 충실했다. 그가 눈을 감는 순간 ‘당신은 훌륭한 남자였어요, 칼’이라고 말해줬다. 완벽한 이별이었다.”

-지구온난화에 많은 우려를 표명해왔다.

“남편과 나는 이미 80년대부터 온난화가 가져올 재앙에 대해 역설해왔다. 세이건의 제자였던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주창하듯 온난화는 심각한 문제다. 제작비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긴 하지만 온난화에 경고하는 다큐멘터리 제작도 추진 중이다.”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는 어떤 내용이고, 어떻게 작업했나?

“인류의 미래를 알기 위해 인류의 기원을 이해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세이건과 함께 연구하고 집필했다. 인류는 공격성을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사회적으로 선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현재 진행중인 작업은?

“태양에너지로 우주를 항해하는 ‘솔라 세일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돛처럼 활짝 펴지는 로켓을 발사해서 태양에너지로 광속의 절반까지 추진해보자는 계획이다. 『코스모스』의 개정판도 준비 중이다. 개인적으로는 마틴 스코세지 할리우드 감독과 함께 영화를 제작 중이다. 과학과는 무관한, 프랑스 레지스탕스 저항운동에 참가한 소년을 다룬 이야기다.”

-한국도 최근 첫 우주인을 배출했는데.

“우주에 도달했다는 것만으로도 이소연씨는 훌륭한 우주인이다. 한국은 멋지게 첫 걸음을 디뎠다.”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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