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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일본제가 울고 갔다…거북선의 '골프 카트' 대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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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부산국제모터쇼가 열리고 있는 해운대 벡스코. 화려한 조명에 늘씬한 레이싱 모델들이 있는 완성차 주변은 늘 관람객으로 북적인다. 하지만 부품업체들이 있는 전시장 귀퉁이는 손님의 발길이 뜸하다. 한 곳만 빼고는. 그곳은 골프카트와 각종 전기차를 만드는 CT&T 전시장이다. 이 회사는 이번에 자체 개발한 근거리 이동용 전기차 ‘이존(e-Zone)’을 선보였다. 유럽에선 2500만원 정도 하는 제품을 절반 값(1200여만원)에 내놓았다. 최고 시속은 50㎞로 한 번 충전하면 70~110㎞를 달릴 수 있다. 무엇보다 한 달 유지비가 1만원 정도라는 설명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잡는다.

일반인에게는 낯선 이름의 CT&T. 하지만 골프장 업계에선 돌풍을 일으킨 신예로 통한다. 그동안 국내 골프장의 골프카트는 일본 업체들이 독점해 왔다. 그런데 2년 전 CT&T 제품이 나온 뒤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시장점유율은 46%, 올해는 6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의 골프카트 ‘C존’(사진)은 ‘골프장의 거북선’이라는 닉네임까지 얻었다.

2002년 현대자동차 간부들이 모여 창업한 CT&T는 3년 만에 골프카트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목표는 2760대 판매에 680억원 매출, 60억원 흑자다. 현대차 상용수출본부장 출신인 이영기 CT&T 사장은 “지난해 레이크사이드 골프장에 한꺼번에 240대를 납품하면서 업계에서 우리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C존은 어떻게 성공했을까. 이 사장은 “한국 지형에 맞는 카트를 개발하는 데 주력한 결과 기술에서도 일본 제품을 능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C존은 무엇보다 에너지 소모가 적다. DC(직류 전류) 모터보다 에너지 효율이 20% 정도 뛰어난 AC(교류 전류) 모터를 달아 27도의 경사도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다. 4륜 유압브레이크를 장착해 제동력이 뛰어나고, 4륜 독립 서스펜션을 달아 승차감도 일반 차와 비슷하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게다가 좌석에 온열장치까지 붙여 겨울철 골퍼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이런 성능을 자랑하지만 가격은 일본 제품의 절반 수준이었다. 독점시장에서 재미를 보던 산요와 야마하는 C존이 등장한 이후 가격을 절반 이하로 낮춰야 했다. CT&T는 내친김에 일본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이미 지난달 구마모토현 아소야마나미 리조트 골프장에 40대를 수출하는 계약을 했다. 전동 골프카트의 본고장인 일본에 국산이 처음 상륙한 것이다.

CT&T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골프카트보다 시장이 훨씬 큰 근거리용 전기차 생산에도 힘을 쏟고 있다. 반응도 좋다. 이번에 내놓은 ‘이존’을 이달 말 캐나다 RLM사에 400만 달러를 받고 600대를 수출한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피지는 국민차로 지정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바이니마라마 피지 총리는 지난주 방한, CT&T의 충남 당진공장을 둘러본 뒤 피지에 연산 1만 대의 이존 생산공장을 세워 달라고 제안했다.

피지에는 현재 15만 대의 차량이 운행 중인데 대부분 낡은 차여서 대기 오염이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피지 정부는 ‘그린 아일랜드’ 정책을 채택하고, 장기적으로 모든 자동차를 무공해 전기차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중소기업이 작은 섬나라이긴 하지만 한 나라의 국민차를 공급하는 날이 멀지 않은 것이다.

부산=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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