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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남기자의 영화? 영화!] 40대 수퍼히어로 탄생시킨 ‘아이언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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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주 개봉한 영화 ‘아이언맨’(사진)은 앞서 ‘수퍼맨’ ‘스파이더맨’처럼 미국만화가 원작입니다. 원작이 국내에 소개되지 않아 영화로 본 정보가 전부입니다만, 이전의 수퍼히어로들과 다른 개성이 뚜렷하더군요. 무기회사로 막대한 부를 쌓은 주인공이 개과천선해 불법 판매한 무기를 소탕한다는 설정도 그렇지만, 그의 나이가 40대라는 점도 그렇습니다. 주연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43세입니다.

비교해 볼까요. 클립톤 행성에서 태어나 남다른 능력을 갖고 지구에서 자란 ‘수퍼맨’(1978년)이 첫 등장할 당시 주연배우 크리스토퍼 리브스는 26세였고, ‘수퍼맨 리턴즈’(2006년)의 브랜든 루스 역시 27세였지요. 10대 고등학생이 거미에 물려 초능력을 갖게 되는 ‘스파이더맨’(2002년)도 27세의 토비 맥과이어였습니다. 사실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민망한 쫄쫄이를 입고 하늘을 날려면, 속된말로 ‘몸이 되는’ 20대인 게 유리할 듯합니다.

막대한 재력을 바탕으로 자력 개발한 장비를 이용해 악당과 싸우는 ‘배트맨’은 상대적으로 나이가 있는 편입니다. ‘배트맨’(89년)의 마이클 키튼은 당시 37세였고, 속편인 ‘배트맨 리턴즈’(92년)에서 비로소 40대가 됩니다. 하지만 이어진 ‘배트맨 포에버’(95년)는 36세의 발 킬머로 세대 교체됐고, 1편의 앞쪽으로 영화 속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배트맨 비긴즈’(2005년)는 더 젊은 31세의 크리스천 베일을 기용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나이 순으로 따지면 ‘아이언맨’은 아마도 수퍼히어로들의 회식 자리에서 제일 상석에 앉을 듯합니다.

40대의 활약이 가능한 것은 ‘아이언맨’의 특징과 관련 있습니다. 주인공은 무기회사 사장이자 천재 과학자이기도 해서, 아프가니스탄의 황량한 동굴에 납치된 상태에서 뚝딱뚝딱 아이언맨의 원형을 만들어냅니다. 강철 갑옷(!)을 입은 투박한 모습이지요. 탈출에 성공한 그는 집에 돌아가 이 원형을 업그레이드시킵니다. 이름은 아이언(강철)맨인데, 최종 의상은 티타늄인가 하는 최신 합금으로 만들어집니다.

물론 나이가 들수록 순발력이 떨어지니까, 아이언맨의 장비를 갖춰 입고 하늘을 날면서 중심 잡는 데 시간이 좀 더 걸렸겠지요. 또 암만 최신 합금이라도 외부에서 강력한 충격을 가하면, 몸이 고단한 것 역시 피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그래도 악당과 싸워 해피엔딩을 이뤄내는 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발상을 바꾼다면, 언젠가는 할아버지·할머니 수퍼히어로의 출현도 기대할 법합니다. 근데,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 있긴 합니다. 아이언맨이 엄청난 재력가라는 점이지요. 가난한(!) 신문기자 수퍼맨이나 고학생 스파이더맨은 물론이고 배트맨보다도 재산이 많다는 게 일부 해외잡지의 추정입니다. 음, 나이 먹어 수퍼히어로가 되려면 돈이 필수일까, 이건 나중에 다시 생각해볼까 합니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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