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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괴담…MB향해 진화하는 비난 화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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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되지 않은 소문이 사실인 양 퍼지면서 이명박 정부를 향한 비난 화살이 여러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처음엔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 반대 여론이 들끓으며 이에 대한 비난이 집중되더니 점차 ‘MB 독도 포기’ ‘하루 물값 14만원’ ‘감기 치료 10만원’ ‘노무현 예언 적중’이라는 괴담이 생겨 네티즌의 비난 여론이 걷잡을 수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안이한 대처가 소문을 '진실'처럼 둔갑시키고 이것이 비난여론으로 확대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탄핵 서명 100만 넘어= 발단은 미국 쇠고기 수입 개방부터 시작됐다. 미디어 다음 ‘아고라’에 개설된 ‘1천만명 서명, 국회에 이명박 대통령 탄핵을 요구합니다’ 청원게시판에는 5일 오후 2시 현재 서명자수가 113만 명을 넘어섰다. ‘미 쇠고기 졸속협상 무효화 특별법 제정 촉구’ 청원게시판도 개설 6일 만에 24만여명이 방문해 서명을 남겼다. 한미쇠고기 협상 타결 이후 열흘 후 방송된 MBC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보도가 도화선이 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미니홈피와 청와대·농림수산식품부 게시판 등에는 네티즌의 항의성 댓글이 이어졌다. 그러나 정부는 의혹해소에 앞서 “안전하다”고만 반복했다.

◇검증되지 않은 게시글 확산= 이 대통령을 비난하는 댓글은 검증되지 않은 게시글이 삽시간에 유포되면서 우후죽순으로 터져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노무현 예언 적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전 한 강연에서 이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 이 대통령의 안티카페 등에 ‘노무현 예언’으로 포장돼 흘러나왔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2일 ‘참여정부 평가포럼’ 초청 ‘21세기 한국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특강에서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생각하니 좀 끔찍하다”고 말했었다. 네티즌은 노 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이 현재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을 예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3ㆍ1절 기념사에서 한ㆍ일 관계와 관련해 일본의 과거사, 독도 영유권 문제 등을 언급하는 대신 “서로 실용의 자세로 미래지향적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티즌은 지난 2005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외교 문제보다 독도 문제를 상위개념으로 두겠다”는 발언과 대조하며 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독도 포기'라고 주장했다. 수돗물산업 민영화와 의료보험 민영화에 대한 소문도 떠다니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주도로 수도사업이 민영화되면 현재 하루 140원에 불과한 수돗물 값이 하루 14만원으로 폭등할 것” “의료보험이 민영화되면 감기 치료에 10만원이 들고 이 하나 뽑는데 100만원이 든다”는 식의 주장이다. 네티즌의 여론 확산을 막기 위해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인터넷 종량제 시점을 앞당긴다는 근거 없는 소문도 파다하다. 이와 관련한 주요 포털사이트의 서명운동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왜?= 네티즌 사이에서 검증되지 않은 소문이 퍼지면서 이명박 정부를 타깃으로 비난 여론이 증폭되는 이유는 뭘까. 먼저 정부가 의혹해소를 게을리했다는 지적이다.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어기준 소장은 “쇠고기 수입 개방의 비난여론이 지난달부터 있었는데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다가 뒤늦게 수습하는 것을 본 네티즌이 떠돌고 있는 소문에 대해서도 신뢰감을 갖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소문이 확대재생산되는 과정에서 네티즌은 정부에 대해 실망했고 이것이 비난 여론으로 돌아서게 됐다는 주장도 있다. 어 소장은 “10년 정권이 바뀌면서 MB에 큰 기대를 걸었는데 대운하를 비롯한 국정운영이 매끄럽지 못해 실망이 커져 급기야는 등을 돌리게 된 것 같다”며 “큰 이슈에 대해선 찬반 의견이 치열하게 오가는데 이번 경우엔 반대쪽으로 쏠림이 커 인터넷의 자정능력이 실종됐다”고 말했다.

정치인의 ‘아니면 말고’식의 행동이 사이버 공간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는 분석도 있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그동안 언론을 통해 정치인의 ‘아니면 말고’식의 모습을 본 일부 네티즌이 자연스럽게 그런 행동을 베껴 인터넷 공간에도 퍼뜨린다”며 “쇠고기 괴담 등을 포함한 이런 사례도 ‘아니면 말고’식의 소문을 퍼뜨리는 네티즌 때문에 더욱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이 아닌 것을 실제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인터넷에 퍼뜨리고 재미를 느끼는 ‘디지털 부머’가 다시 살아났다는 지적도 있다. 황 교수는 “노무현 탄핵 이후 심심해하던 디지털부머가 쇠고기 수입 반대를 기회로 인터넷에 얼굴을 다시 내밀었다”며 “이들에겐 사실이냐 사실이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고 오직 유언비어를 재미삼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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