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울성 파도 왜 생겼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기상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죽도 방파제 부근에서 나타난 해수범람은 기상 상황에 의한 폭풍해일 또는 지진에 의한 해일은 아닌 것으로 판단되며, 사전에 예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태풍이나 지진이 발생했을 때 갑작스럽게 높은 파도가 밀려오는 해일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해일은 주기를 갖거나 반복되지 않고 일회성으로 지나가는 큰 파도다. 지진을 관측하거나 태풍을 추적하면 예보도 가능하다. 반면 너울성 파도는 긴 주기를 가지고 반복되는 큰 파도다. 일반적인 파도가 5~10초의 주기를 보이지만, 너울성 파도는 15~20초로 길어진다. 또 10분 이상으로 길어질 수도 있다.

너울성 파도는 눈에 잘 띄지 않아 더 위험하다. 넓은 바다에서 바람에 의해 시작된 작은 파도가 밀어닥치는 것이기 때문에 해안에서는 바람이 잔잔할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다. 큰 파도가 수심이 얕은 해안에 밀려오면서 속도가 갑자기 빨라지고, 높이도 몇 m까지 높아진다. 파도에 비해 밀고 오는 바닷물 양도 몇 배나 된다. 한꺼번에 솟구치는 엄청난 양의 바닷물로 인해 갯바위나 방파제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다.

한국해양연구원 조철호 박사는 “먼 바다에서 이동하면서 큰 파도로 합쳐지는 너울성 파도는 주기도 길고 완만한 형태를 갖고 있어 눈으론 잘 보이지 않고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너울성 파도로 인한 피해가 처음은 아니다. 2006년 10월 울산시 울주군에서 20대 남성이 너울성 파도에 휩쓸려 실종됐고, 7살 어린이가 숨졌다. 먼 바다로 태풍이 지나면서 생겨난 너울이었다. 올 2월 24일에도 강원도 강릉시 안목항에서 방파제를 걷던 관광객 13명이 너울성 파도에 휩쓸려 3명이 숨지거나 실종되고 11명이 다쳤다.

강찬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