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監 달라졌다-폭로 호통 줄어든 新풍속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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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정감사가 달라지고 있다.과거에는 볼수없던 新국감풍속도가 생길 조짐이다.국감 첫날인 25일부터 이런 분위기는 역력하다.
우선 폭로와 호통이 매우 줄었다.국감을 하는 의원과 받는 공무원이 검사와 피의자 그대로이던 과거의 관행이 상당히 달라졌다.대신 정책비판과 대안제시에 노력하는 모습들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법사위원들은 법제처 감사에서 법령정보전산망의 개선방안을촉구했다.다소 생소한 분야다.정치적 비중도 별로 높다고 할 수는 없다.그러나 국민에 대한 생활법률정보 제공의 확대라는 측면에서는 꼭 짚어야 할 부분.
김영일(金榮馹.민자)의원은 법제처가 94년 3천여건의 법령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완료했음에도 국민은 쉽게 접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조홍규(趙洪奎.국민회의)의원은 非율사출신.그럼에도 그는 이문제에 대해『단기적으로 행정전산망과 판 례정보시스템을 결합시키고 장기적으로 민원과 법률분쟁이 가장 많은 아이템을선정,행정절차시스템과 법률정보시스템을 결합해 제공하라』고「전문가」수준의 대안제시를 했다.
여당이 정부의 방패만은 아니라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오히려 야당보다 더 아픈 화살을 날리고 있다.재경위의 박명환(朴明煥.
민자)의원이 대표적 경우다.그는『군인 20년,대통령 8년 한 사람이 어떻게 여름휴가비로 몇억원씩 쓸 수 있느냐 』고 전두환(全斗煥)前대통령을 비난했다.이어『노태우(盧泰愚)前대통령 딸의차안에서 스위스은행의 돈띠가 발견됐고 이는 盧前대통령이 미국을방문한 직후의 일』이라고 지적했다.
의원과 공무원간의「수평적」관계는 자료제출을 둘러싼 논란으로도발전됐다.통일원 감사에서는 야당의원들의 자료제출요구와 정부의 불가방침이 맞서 난항을 겪었다.남북현안인 쌀회담.대북경수로 지원.삼선비너스호 억류 사건등의 자료가 시비대상이 었다.나웅배(羅雄培)부총리는『협상이 진행중인 사안을 공개하면 협상에 막대한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며『비공개를 전제로 열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농림수산위 역시 농수산물에 관한 韓美통상협상 관련문서를 농림수산부가 제출하지 않아 정회사태를 빚었다.최인기(崔仁基)장관은자료가 대외비이고 협상중이라는 이유를 들었다.야당의원들은『입법부를 무시하는 태도』라고 항의했다.과거에는 자료 를 내놓거나,『없다』고 존재자체를 부인했다.
이런 변화들의 배경을 짚어볼 수도 있다.우선 공직사회의 분위기가 달라졌다.과거에는 털면「먼지」가 나왔다.자연히 공무원은 고양이 앞의 쥐였다.지금은 폭로거리가 크게 줄고 약점도 그만큼없어진 것 같다.여당의 공세적 태도는 일종의 자 구책(自救策).지역에서「여당프리미엄」이 그만큼 없어졌음을 뜻한다.야권의 경우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가 폭로주의와 고압적 자세에서 벗어나 진지하게 정책감사를 하라고「지침」을 준데도 영향받은 것같다. 〈金敎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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