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자민당 총재 선거는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통산상이 당선됨으로써 쉽게 결말이 났다.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前우정상은 하시모토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라던 예상이 그대로 맞아떨어졌다.그러나 고이즈미의 입후보 자체는 자민당에 이득을 가져왔다.
고이즈미가 출마함에 따라 두 후보간에 공개토론이 벌어져 누가어떤 정책을 갖고 있는지가 분명히 드러났다.이는 지금까지 자민당의 밀실(密室)정치하에서는 없었던 일이다.고이즈미의 입후보는자민당 민주화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 것이다.
토론때 격렬히 응수하면서도 예의를 지키는 모습을 보니 자민당에도 마침내 전후(戰後)민주주의가 정착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시모토는 90년대 들어 자민당의 유력한 총재후보 중 한사람으로 거론돼 왔다.하시모토는 출마를 선언하자마자 유리한 고지를선점함으로써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총재는 야구에서의 핀치히터같은 존재였음이 드러났다.앞으로 일본정국의 초점은 올해말 또는 내년초 실시될 중의원선거에 맞춰지게 될 것이다.새 제도인 소선거구.비례대표제로 시행되는 첫 선거이기 때문에 선거후 정당간 세력관계가 어떻게 될지 지금으로선 속단하기 어렵다.그러나 현재자민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다른 정당과 큰 차이로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어 「혼메이(本命.경마에서 우승후보)」인 하시모토총재를 옹립해 이 기회를 활용하려 하는 것이다.
하시모토의 장점은 정책에 정통하다는 것이다.그는 일본이 직면한 경제위기를 본격적으로 다룰 능력과 추진력을 겸비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불황은 구조적 성격을 띠고 있다.이를 타파하기 위해선 강력한 지도력이 필요하다.하시모토는 美-日통 상교섭에서 보여주었듯이 대외적으로도 자신의 방침을 강하게 주장해가며 교섭을 타결짓는 능력을 갖고 있다.패전이나 점령당한 역사에 대한 굴욕감도 이전 세대처럼 강하지 않다.전후 고도성장을 체험한 자신감을 배경으로 국제적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세대의 선도자役을 할 만한 정치가다.
그러나 자민당이 다음 중의원선거에서 단독내각을 구성할 만큼 대승을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다.그렇다고 사회당이나 사키가케와 다시 연립내각을 꾸밀 가능성도 희박하다.연립내각의 성격은 하시모토의 지휘방향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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