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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움직이는 이스라엘 로비 단체의 힘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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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호 12면

◀2007년 발간된『이스라엘 로비와 미국 외교정책』의 표지

“미국은 자신의 국가 이익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국가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이는 유대계 미국인의 친(親)이스라엘 로비 때문이다.”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와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교수가 함께 쓴 "이스라엘 로비와 미국 외교정책"(2007)의 요지다. 두 교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밀착이 과격 이슬람주의 테러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이 밀착 관계 때문에 과격 이슬람주의자들이 미국에 테러를 감행한다”고 주장했다. 이 책은 많은 논란을 일으키며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올랐다.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은 “미국의 대(對)이스라엘·중동 정책이 이스라엘 로비의 산물이라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다. 또 “용기 있는 책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로비가 더 문제다” “오히려 미국이 이스라엘을 이용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은 미 제국주의의 하수인이다”는 다양한 반응이 뒤따랐다.
자신이 저술한 "팔레스타인"(2006)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지배가 중동평화 협상의 진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이스라엘 로비야말로 언론이 이스라엘 문제를 다각적으로 논의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수의 미국인은 미·이스라엘의 이익이 일치한다고 본다. 그 이면에 이스라엘 로비의 활동이 있다. 유대계 미국인은 정치인들에게 선거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표밭이자 자금줄이다. 2006년의 경우 공화·민주당의 정치자금 중 60%, 35%가 각각 이스라엘 관련 로비 단체에서 나왔다.

로비 단체는 각종 언론 매체의 이스라엘 관련 보도를 분석해 불리한 내용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항의한다. 반이스라엘 성향 인사의 공직 취임을 사전에 저지한다. 가장 뼈아픈 타격은 반유대주의자로 몰아세우는 것이다. 낙인이 찍히면 학계나 정·관계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미국이스라엘공무위원회(AIPAC), 미국유대인위원회(AJC), 주요유대단체대표자회의(CoP) 등이 이런 활동을 주도한다.

2008년 6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미국이 유럽보다 친이스라엘적인 이유는 이스라엘 로비와 우파 기독교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우파 기독교 역시 친이스라엘 로비에 적극적이다. 동상이몽의 측면도 있다. 우파 기독교는 이스라엘의 건국을 성서의 예언 실현으로 본다. 예수 재림 전에 이스라엘인이 예수를 구세주로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생존이 필요하다는 시각을 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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