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교사 된 한승수 총리 “여러분 활동무대는 세계 … 호기심 잃지 마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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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 국무총리가 1일 경기도 광주 탄벌초등학교 5학년 2반 교실을 찾았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일일교사를 자청한 것이다. 인사를 마친 한 총리는 칠판에 ‘?(물음표)’를 크게 그렸다.

어린이들에게 “왜 봄이 되면 나무에서 잎이 돋아날까요. 물은 왜 위에서 아래로 흐르죠?”라고 물었다. 어린이들이 어리둥절해하며 “잘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했다.

“퀴리 부인이 노벨상을 두 번이나 탄 것(1903년 물리학상, 1911년 화학상)은 사물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끊임없이 궁금해하고,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으려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더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어요.”

‘공부하는 태도’로 운을 뗀 한 총리는 ‘?’ 옆에 ‘+ 세계가 활동 무대’라고 썼다. 호기심을 갖고 공부하고, 세계를 무대로 꿈을 펼치라는 의미였다. 외무부 장관과 유엔총회 의장, 유엔 기후변화 특사를 거치며 세계를 무대로 일해 온 한 총리는 “나보다 크고 넓게 일하세요. 이를 위해 영어 실력은 필수입니다”고 당부했다.

강원도 춘천 출신인 한 총리는 자신의 어릴 적 얘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학교에 가기 위해 소양강과 북한강을 차례로 건너야 했어요. 왕복 30리 길을 걸어 다니며 춘천 미군 부대에서 얻은 영어 잡지를 외우고 또 외웠어요. 여러분이 당연히 여기는 ‘원어민 강사’도 제가 어렸을 땐 없었답니다.”

그는 은퇴 후 어린이를 가르치는 것이 꿈이었다. 국회의원 직에서 물러난 2004년, 한 총리는 강원도 인제·강릉·춘천 등의 초등학교 20여 곳을 돌아다니며 강의했다. 그는 “옛날 선비가 그랬던 것처럼 낙향해 어린 후학을 기르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기후변화 특사로 함께 일해 줄 것을 요청해 초등학교 방문을 이어갈 수 없었다고 한다.

한 총리는 어린이들과 질문 시간도 가졌다. 최일승(12) 어린이는 “싼 고기가 들어와 소를 키우는 농민이 어려워졌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었다. 한 총리는 허허 웃으며 “맛있는 우리 고기와 값싼 외국 고기를 차별화해 팔겠어요. 지원 대책과 안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고 대답했다.

글=강인식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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