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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요리저런얘기] 고구마 튀김 … 군대에서 있었던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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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끝 마을’이라 불리는 전라남도 해남에서 군 복무를 했습니다. 덕분에 육군인데도 해군처럼 배를 타고 바다를 누볐죠. 부대가 너무 작아 매점도 없었지만, 저희는 바다에서 직접 생선을 잡고, 마을 주민들께 감자와 고구마를 선물받아 종종 파티를 열곤 했습니다.

그 당시 가장 그리웠던 음식 중의 하나가 바로 튀김이었습니다. 읍내 오일장에 가야 겨우 먹을 수 있었는데, 그나마 여러 번 튀긴 눅눅한 것들뿐이었거든요. 군대 오기 전에 어머니가 한 바구니씩 만들어주던 그 맛이 매일 밤 사무치게 그립더군요.

마침 저의 부대는 취사병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사병들이 돌아가며 음식을 준비했어요. 그래서 제 순번이 돌아오던 날, 마음먹고 튀김요리를 선보이기로 했습니다.

마을 주민들에게 받은 고구마가 있어 고구마튀김으로 정했지요. 하루 전부터 개인정비시간(자유시간)을 이용해, 고구마를 다듬고 튀김옷을 만들어 냉장고에 식혀가며 튀김 성찬을 준비했어요.

드디어 결전의 날! 제 튀김을 맛본 우리 부대원들은 하나같이 “원 상병님이 최고입니다!”를 외쳤습니다.

전역한 지 6년이나 지난 지금도 그때 함께 생활했던 부대원들을 만나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었던 고구마튀김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 고구마튀김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부대원에 대한 정이 담겨 있어 더 맛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원태호(30·경기도 군포시 산본동)

■ 재료=고구마, 튀김가루, 식용유, 얼음물, 달걀, 밀가루

■ 만드는 법=고구마를 0.5cm 두께로 썰어 밀가루를 묻힌다. 튀김가루와 얼음물을 섞어 되직하게 튀김옷을 만든 후(이때 살짝만 저어야 튀김이 바삭해진다) 고구마에 입힌다. 뜨거운 기름(반죽을 떨어뜨렸을 때 살짝 가라앉다가 떠오르는 정도)에 고구마를 넣고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튀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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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여왕’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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