工兵대대 앙골라파견 배경과 의미-安保理진출 앞둔 성의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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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이 유엔의 요청에 따라 앙골라에 공병대대를 파병키로 한 것은 내달 유엔총회에서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을 앞두고국제연합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번 앙골라 파병은 그러나 지난 93년 소말리아 파병보다 훨씬 위험성이 크다는 점때문에 최종결정까지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앙골라는 30여년동안 전쟁이 계속되면서 공산권 국가들로부터수입한 80여종 최대 1천만개 가량의 지뢰가 전국에 깔려 있는한편 정부군과 반군(反軍)간 전투도 산발적으로 벌어지는 지역이다. 정부가 지난 3월 유엔이 지뢰제거부대 파견을 요청한데 대해 지뢰제거부대가 아닌 교량 및 도로보수를 주임무로 하는 건설공병대를 파견하겠다고 답한 것도 이런 위험부담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군은 앙골라 중부지역에서 독자적인 활동을 펴야하기 때문에 지뢰로 인한 위험부담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한국군 공병대대는 지뢰제거용 롤러 또는 쟁기가 달린 중장비등 최신장비를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주둔지인 앙골라 중부 우암보까지 조심스럽게 진군해야할 전망이다.
특히 앙골라는 공병이 파견되는 10월부터 8개월간의 우기(雨期)에 접어들게 되는데 집중호우로 인한 갑작스런 물난리 등으로일단 지뢰를 제거한 지역조차 언제 다시 지뢰밭이 될지 모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은 악조건 때문에 실제로 앙골라에서 활동하는 나라는 인도.짐바브웨등 후진국이 대부분이며 선진국들은 대부분 파병을 꺼리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앙골라 파병을 결정한데는 유엔안보리비상임이사국 진출 등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하는 동시에 지난 74년독립이후 북한과 더 가깝게 지내온 앙골라와의친선을 강화하고 원유.다이아몬드등 풍부한 자원 을 갖춘 이 지역에 경제적인 진출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는다는 다각적인 고려가작용했다.
앙골라에는 현재 30여개국에서 파병된 4천7백여명의 유엔평화유지군(PKF)병력이 활동하고 있으며 금년말까지 7천명으로 증가될 전망이다.
〈金珉奭 本社전문기자〉 아프리카 남서부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앙골라는 한반도의 5.5배 넓이에 인구는 9백80만명이다.
원유와 다이아몬드등 천연자원이 풍부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9백25달러에 달하는 등 아프리카 국가중에서는 비교적 부유한 편이다.91년 한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앙골라는 1885년 이래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다가 지난 61년부터 무력투쟁을 거쳐 74년 독립하면서 쿠바.舊소련 등의 지원을 받아 사회주의국가가 됐으며 그 뒤로 정부군과 유니타 반군(反軍)간의 내전이 시작돼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30년 내전 사망자가 50만명에 달한다.
유엔은 88년부터 세번에 걸쳐 앙골라 유엔감시단(UNAVEM)을 파견하는등 평화회복 노력을 벌여 가까스로 거의 휴전상태를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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