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근로자 보호 지나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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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현행 근로기준법이 근로자를 과보호하는 측면이 없지 않아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30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외국계 투자기업 CEO 대상 노동부 장관 조찬 강연’에서다.

이 장관은 구체적인 내용도 언급했다. 그는 “경영상 해고를 할 때 노조와 협의하는 기간(50일)을 단축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법원 판결을 보면, 해고에 필요한 합리적인 이유를 넓게 인정하고 있어 법을 개정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참석자들이 “한국에선 정리해고가 너무 어렵고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다”는 고충을 토로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이 장관은 또 “국가유공자를 우대하는 정책이 다른 외투기업에 부담이 된다”는 샤넬사의 인사담당 이사의 의견에 대해 “국가유공자 우대 정책이 기업 경영에 부담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알아보고, 부담이 있다면 개선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그러나 태미 오버비 주한상공회의소(AMCHAM) 대표가 “1년에 한 번씩 해야 하는 임금협상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며 제도 개선을 요청한 데 대해서는 “우리나라는 성장 과정에서 인플레이션이 높고 경제 변화가 많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경제가 안정된 외국은 2년에 한 번 임금협상을 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 경제가 안정된다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박영삼 한국노총 홍보선전본부장은 “비정규직이 전체 근로자의 절반을 넘고, 법원도 융통성 있게 판결을 하는 등 노동시장이 과도하게 유연한 현실에서 근로기준법이 노동자를 과보호하고 있다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관이 그런 생각을 현실화하면 노동자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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