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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제 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폭풍 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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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결승 3번기 제3국>

○·박영훈 9단(1승1패) ●·이세돌 9단(1승1패)

제13보(131~144)=예상대로 131, 133의 선수가 떨어졌다. 이어서 135. 이세돌 9단이 차근차근 포위망을 쌓고 있다. 연결 고리가 취약한 중앙 백△들의 배후에서 문이 하나씩 닫히고 있다. 박영훈 9단도 유령처럼 다가오는 흑의 그림자를 절실히 느끼고 있다. 상대가 A로 올지 B로 올지 모르지만 강력한 폭풍이 임박한 것만은 틀림없다.

박영훈은 허리를 깊숙이 꺾은 채 판을 들여다보고 있다. 수읽기는 막막하다. 끊긴다 해서 반드시 사망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는 길도 영 가닥이 잡히지 않는다. 3은 살고 7은 죽는 게임일까. 그렇다고 하변을 뚫리면 그건 아예 게임이 안 된다. 박영훈은 136부터 응급처치에 나섰다.

136으로 즉시 ‘참고도’ 백1로 받으면 흑은 2를 선수한 뒤(이 수로 출구는 모두 막힌다) 4로 건너붙여 중앙 차단을 결행할 것이다. 8에 이르러 완전히 끊어졌는데 이 백이 두 집을 내기는 거의 불가능한 모습이다.

136에 137로 물러선 것은 중앙 노림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 백은 138로 들어가 140으로 끊어둔다. 모두 조금은 악수에 해당하지만 흑을 자충으로 만들어 두는 것만이 위험을 최소화하는 길이라 어쩔 수 없다. 여기서 손을 돌려 142로 하변을 막았다. 흑은 결국 중앙에 칼을 들이댈 텐데 백의 응급처치는 과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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