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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건강한 지구를 후손에 선물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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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5월은 청소년의 달이다. 지구촌 모든 어린이는 맑고 깨끗한 환경 속에서 생명을 누리고 건강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그러나 오늘날 지구환경을 살펴보면 앞날이 밝지만은 않은 것 같다. 지구온난화, 사막화, 물 부족, 자연재해 등의 기사가 신문에 자주 오르고 있다. 지구과학자의 눈으로 보면, 나쁜 시나리오로 가는 길에 브레이크가 없어 보인다. 상황이 그런데도 눈에 띄는 대책은 보이질 않는다. 청소년들이 깨끗하고 안전한 지구에서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걱정이다.

지구의 과거, 현재, 미래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국제조직인 국제지질과학총연맹(IUGS)과 유네스코(UNESCO)는 올해를 유엔이 정한 ‘세계 지구의 해’로 선포했다. 지구와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그동안 지구과학자들이 연구해 온 성과를 사회에 알리는 게 목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하나뿐인 지구, 인류의 건강한 미래’라는 슬로건 아래 지난달 선포식을 비롯한 각종 행사를 가졌다. 이런 행사 이면의 목적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가 얼마나 큰 병을 앓고 있는지 알리고 적극적 대책을 수립하도록 호소하는 데 있다.  

지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무한히 건강할 수 있는 행성이 아니다. 약 46억 년 전 불덩어리에서 시작해 오늘의 푸른 지구가 되기까지 수많은 세월에 걸쳐 복잡하고 정교한 물리, 생물, 화학적 자기 조절 작용들이 있어 왔다. 그 푸른 지구에 현생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나타난 것은 불과 20만 년 전이다. 그리고 놀라운 적응과 종의 번식을 통해 지금은 약 67억의 인구가 지구를 뒤덮고, 지구의 생명 조절 한계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인류는 지구의 피와 살, 그리고 뼈를 이용해 문명의 발달을 이루어 왔다. 지구의 호흡세포인 나무와 풀을 베어내고 경작지 확장을 통해 농업혁명을 이루었다. 또한 지구 피부 속 깊숙이 잠겨있던 석유와 석탄을 파내고, 암석 속에 숨겨져 있던 철을 비롯한 각종 금속을 캐내 산업혁명을 이루어 냈다. 양 혁명은 폭발적 인구증가의 방아쇠 역할을 했으며, 심각한 지구환경 문제도 불러오고 말았다.

인류가 이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은 지구 전체 물의 0.01%밖에 되지 않는데, 너무 많은 이용과 오염으로 이제 그 한계가 보인다. 40년 뒤면 석유자원이 고갈돼 화석연료 기반의 세계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각국은 경제발전을 위한 자원 확보에 무서운 집념과 노력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현재 지구촌의 핫이슈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문제다.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는 온실효과로 인해 지구 표면온도는 20세기 동안 0.6±0.2℃ 상승하였고, 금세기 안에 지구 표면온도가 섭씨 1.8∼4.0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기후변화에 의해 앞으로 더욱 심한 폭우와 해빙, 가뭄, 폭염, 그리고 해수면 상승 등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가 사랑하는 후손을 위해 오늘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먼저 우리의 생각부터 바꾸어야 한다. 나 대신 유능한 정부가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 지구과학자들의 연구 성과로 지구를 전부 안다고 믿어서도 안 된다. 첨단 과학기술로 병든 지구를 살릴 수 있다고 쉽게 믿어서는 더욱 안 된다. 인류 공통의 문제이므로, 유엔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금의 기후변화협약보다 훨씬 강력하고 종합적인 지구환경 집단 안보 체제를 만들어내야 한다. 각국의 정부도 자원 확보 전쟁 이상 가는 에너지 절약, 자원절약형 전략을 수립하고 사회의 모든 조직과 산업체가 반드시 따르도록 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각자가 후손을 위해 지구병 치료에 직접 나서는 것이다. 우리 후손이 건강한 지구에서 늘 푸른 오월을 맞이할 수 있도록 병든 지구 살리는 일에 모두가 하나가 될 때다.

김영섭 부경대 위성정보과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