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건강백과>수면의학-불면증 문답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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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하루라도 뜬눈으로 밤새워보지 않은 자와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 고뇌하는 영혼의 중요성을 강조한 괴테의 말이다.
그러나 고뇌가 지나친 탓이었을까.잠을 자는 포유류중 유독 인간만이 불면의 밤을 지새우는 고통에 시달린다.
대표적 문명병인 불면증에 대해 수면전문가인 서울대의대 정도언(鄭道彦)교수와 연정신경정신과 이성훈(李誠勳)원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적정 수면량은 얼마인가〓잠을 자지 않고 버틴 역대 최장기록은 기네스북에 등록된 18일17시간이며 학계에서 인정되고 있는인간의 평균수면량은 하루 8시간.
그러나 이는 평균치일 뿐 적정수면량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적정수면량은 개인마다 다르며 낮동안의 활동에 제약받지 않는최소수면시간으로 자신의 적정수면량을 산출할 수 있다.
◇수면에도 質이 있는가〓물론이다.수면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잠든지 30분정도후 나타나는 델타수면으로 이때 인체는 낮동안에쌓인 피로를 풀고 단백질 합성등을 통해 다음날 활동에 대비한다. 실제 델타수면이 부족하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청소년의 경우 성장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양질의 수면을 취하는 지름길은 델타수면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며,이를 위해선 가급적 일찍 잠자리에 들 것이 권유된다. 이는 대뇌속 시상하부(視床下部)에 위치한 생물시계가 새벽보다 주로 한밤중에 델타수면에 익숙하도록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수면제는 과연 해로운가=무분별한 장기사용이 문제다.수면제로 유도된 억지잠은 수면시간은 길어도 델타수면과 같이 정작 피로회복에 중요한 깊은 잠은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급작스런 불안으로 인한 불면증이나 장거리 비행후의 시차적응을 위해 의사의 처방으로 복용하는 수면제까지 금기시할 필요는 없다.
◇불면증의 일반적 극복요령은 무엇인가=잠을 자야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다.
졸릴 때만 잠자리에 들어야 하며 침대에서 독서나 다른 생각에골몰하는 습관은 버려야 한다.
10분이상 잠이 안오면 일어나 단순작업을 반복하는 다른 일을찾도록 하며 30분을 자더라도 단잠을 자겠다는 느긋한 태도를 갖는다. 수면리듬 회복을 위해선 잠자리에 드는 시간보다 아침에일어나는 시간을 일정하게 갖는 것이 좋으며 숙면방해요인들을 피하는 것이 요령이다.
대표적 숙면방해요인으론 낮잠과 커피,취침전 운동,음주와 흡연들을 들 수 있다.
◇종달새형과 올빼미형중 어느 쪽이 좋은가=스트레스에 시달리는현대인일수록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형이 많다.반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종달새형은 내향적인 성격의 육체노동자에게 많다.
수면의 질을 고려할 때 델타수면을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종달새형이 올빼미형보다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다만 올빼미형의 경우 대뇌각성정도가 늦은 오후일수록 증가되므로 중요한 일은 이때 처리하도록 자신의 일정을 수면패턴에 맞게 늦추 는 것도 요령이다. ◇토막잠은 도움이 되는가=만성적인 수면부족증에 시달리는 수험생에겐 책상위에서 잠깐씩 취하는 토막잠이 근육이완등을 통해 육체적 피로를 풀 수 있어 좋다.다만 10~20분 취하는토막잠으론 델타수면까지 도달하지 못하므로 두뇌피로를 해 결하기엔 역부족이다.
특히 단순암기보다 수학문제풀이와 같이 논리와 창의가 요구되는정신활동일수록 토막잠보다 잘 때 제대로 숙면을 취하는 건강관리가 필요하다.
洪慧杰〈本社의학기자.醫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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