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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hoilc] 지리산 둘레 300㎞ 걷는 길 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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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300㎞에 달하는 ‘지리산 길(지리산 트레일)’ 중 27일 시범 개통된 다랭이길 모습. 전북 남원시 산내면 대정리 매동마을에서 경남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 금계마을(11㎞)에 이르는 다랭이길은 지리산 주능선을 보면서 걸을 수 있다<사진左>. [연합뉴스]
전북 남원시 인월면에 있는 산사람길. 지리산 빨치산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 이어서 산사람길이란 이름이 붙었다<사진右>. [사단법인 숲길 제공]

지리산 둘레 300㎞를 한 바퀴 도는 걷기 여행길이 뚫린다. 사단법인 숲길(이사장 도법 스님)은 27일 경남 함양군 마천면 옛 의탄분교 운동장에서 ‘지리산 길’ 시범 구간 개통식을 했다. 시범 구간은 전북 남원시 산내면 대정리 매동마을과 경남 함양군 휴천면 송전리 세동마을을 잇는 21㎞다.

지리산 길은 지리산이 품고 있는 전남·전북·경남 3개 도내 구례군·남원시·하동군·산청군·함양군 5개 시·군, 16개 읍·면, 100개 마을을 이어 주는 길로 총연장 300㎞에 이른다. 이 사업은 산림청 녹색자금 100억원을 지원받아 2011년까지 진행되며, 이날 첫 구간이 개통된 것이다. 프랑스 남부 피레네 산맥를 넘어 스페인으로 가는 ‘산티아고의 길’처럼 해외에서는 장거리 걷기 여행길이 많이 있으나 국내에서 시도되기는 처음이다.

지리산 길은 지리산 외곽의 옛길·고갯길·숲길·강변길·논둑길·농로·마을길을 연결해 한 바퀴 돌 수 있도록 설계된다. 숲과 고개를 넘어 마을을 만나고 논둑길을 걸을 수 있다. 전 코스에서 고도차가 최저 50m(구례군 토지면)에서 최고 1100m(하동군 악양면 형제봉)로 다양하다.

지리산국립공원의 훼손을 막기 위해 국립공원 경계 외곽 지역을 따라 산과 논이 만나는 지점을 중심으로 조성된다. 새로 길을 낸 곳은 없으며 도로가 나면서 잊혀진 옛길을 찾아내 복원한다. 옛길은 숲길 회원들이 마을 노인들을 만나 고증 과정을 거쳤다. 토지를 매입하지 않고 통과 사유지 소유자들을 설득해 길을 내고 이정표를 세웠다.

이번에 개통된 시범 구간은 전북 남원과 경남 함양을 잇는 옛 고갯길 등구재를 중심으로 생겼다. 지리산 주 능선을 조망하면서 넓게 펼쳐진 다랑논과 11개의 산촌 마을·절을 지나 엄천강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마을과 다랑논 사이를 걷는 ‘다랭이길’과 지리산 빨치산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산사람길’로 이름을 붙였다. 다랭이길은 전북 남원시 산내면 대정리 매동마을에서 경남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 금계마을(11㎞)까지로 전 구간을 통틀어 가장 오랫동안 지리산 주 능선을 볼 수 있다. 시범 구간은 숲길 43.8%, 농로 20.8%, 마을길 19.9%, 임도 14%, 도로 1.4%로 이뤄져 있다.

숲길 측은 전체 구간 300㎞를 걷는 데 232시간(32.5일)이 걸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자연학습로 탐방 속도(1.3㎞/한 시간)와 걷기여행이나 트레킹 동호회의 하루 평균 7시간 이동을 기준으로 하루 이동 거리를 9∼10㎞로 잡은 결과다.

함양=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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