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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뮤지컬어워즈] 해학 … 반전 … 시상식이 뮤지컬 ‘한마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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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한국 뮤지컬을 대표하는 스타급 배우들이 제2회 더 뮤지컬 어워즈 레드 카펫을 올라가며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창의·최정윤, 최정원, 오만석, 왕브리타, 하희라·정성화. [사진=임현동·김태성 기자]

■ 최우수 창작 뮤지컬상 ‘싱글즈’
독신남녀 일과 사랑 쿨하게 표출

이보다 더 스타일리시할 순 없다-. 최우수 창작뮤지컬상을 거머쥔 ‘싱글즈’는 2030이 원하는 트렌디한 스타일을 뮤지컬 문법으로 정밀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21세기 대도시 독신남녀의 일과 사랑은 빨간 하이힐 침대 속에 세련되고 쿨하게 반영됐다.

#4인4색 캐릭터의 화음

선택할 수 있어 괴로운 나이 스물 아홉살이 주인공이다. 대도시 커리어우먼 나난과 동미, 그리고 그녀들과 ‘사랑과 우정 사이’를 오가는 수헌과 정준은 원작 영화와 같은 설정. 대신 네 명의 무게를 균등하게 가고, 캐릭터도 각각 뚜렷이 했다. 관객은 각각의 캐릭터에 저마다의 공감을 투영하며 열광했다. 영화에서 내용을 가져오되 장면 전환이나 내면 표출에 있어 무대언어를 독창적으로 구사했다. 나난이 수헌의 프로포즈를 상상하며 앙상블과 어우러지는 ‘너도 나한테 반했니’ 같은 장면이 대표적. 이현우·손호영 등 적절한 스타 캐스팅도 관객몰이에 힘이 됐다.

#도시 감각 살린 무대

무대 디자인만큼 ‘싱글즈’의 스타일을 잘 드러낸 것도 없다. 높이 2m20cm, 길이 3m의 하이힐 침대만이 아니라 나난의 방에 놓인 모든 소품은 도시 여성의 트렌디한 이미지를 대변했다. 연출가 성재준씨는 “현실 속 여성의 방이 아니라 도회적이고 몽상적인 느낌으로 만들어달라”고 박성민 디자이너에게 요구했다. ‘폴인러브’ 등에서 감각적이고 아기자기한 세트로 주목을 받았던 박 디자이너는 쇼윈도 디스플레이 같은 인테리어로 답했다. 립스틱 형태의 다리를 가진 파우더 케이스 모양의 의자와 또 다른 하이힐 같았던 옥탑방 난간 아치 등이다. 네 사람의 캐릭터를 상징하는 네개의 문은 따로 또 같이 살아가야 하는 ‘군중 속의 고독’을 은유했다.

#드라마에 스며든 음악

영화 OST를 의도적으로 멀리 하며 장소영 작곡가가 생각한 것은 한국어 가사와 자연스레 녹아드는 선율. “가요나 다른 매체 음악과 달리 뮤지컬 노래에선 가사 전달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에서다. 띄어쓰기나 강조하는 단어, 물음표·느낌표가 살아나야 할 대목을 염두에 두고 음을 배열했다. 무엇보다 네 명의 캐릭터에 각각 맞게 돋보이는 악기를 내세워 7개의 테마곡을 25곡으로 변주한 것이 효과적이었다. 레시타티브(음악에 맞춰 말하는 기법)를 많이 쓰는 등 ‘귀로 읽는 뮤지컬’을 이뤄낸 것이 젊은 관객의 감각적 호응을 이끌었다.

■ 최다 수상 ‘맨 오브 라만차’
조승우·정성화 더블캐스팅 화제

이번 시상식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작품은 ‘맨 오브 라만차’였다. 총 9개 부문 후보에 올라 최우수재공연상·연출상·남우주연상·음악감독상·음향조명상 5개 부문을 차지해 최다 수상작의 영광을 안았다. 더블캐스팅된 조승우·정성화가 남우주연상 후보에 동시에 올라 최종 수상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인 점도 세간의 화제가 됐다.

#뮤지컬의 정석

‘맨 오브 라만차’는 세계적인 문호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원작으로 현대적인 해석을 덧칠한 작품이다. 신성모독죄로 지하 감옥에 갇히게 된 세르반테스가 다른 죄수들과 함께 ‘돈키호테’를 연기하는 ‘극중극’ 형식을 취한다. 연출상을 받은 데이비드 스완은 배우들과 긴 시간 함께 호흡하며 작품에 대한 생각을 나눈 끝에 한국 관객의 입맛에 맞는 탄력적인 연출력을 선보였다. 프로듀서를 맡았던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는 “2005년 초연 당시보다 현지화에 신경 썼다” 고 말했다.

여기에 스페인풍의 흥겨운 멜로디와 리듬을 고스란히 담은 음악이 어우러져 감동을 더했다. 음악감독상을 수상한 김문정 감독은 “이중적인 돈키호테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우아한 백조가 물밑에선 끊임없이 발길질을 하듯 부드러운 선율이 흐를 때도 ‘둥둥둥둥’하는 비트를 넣었다”고 설명했다. 전체적으로 웅장하고 다이내믹한 느낌을 내기 위해 피아노를 포함한 현악팀을 빼고 관악기로만 오케스트라를 구성했다. 주제곡인 ‘이룰 수 없는 꿈’은 감미로운 멜로디에 무수한 실패에도 꿈만은 포기하지 않는다는 돈키호테식 인생 철학을 담아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다.

#스타 경연장

‘맨 오브 라만차’를 성공으로 이끈 1등 공신은 빛나는 연기로 무대를 채운 배우들이다. 당대 최고의 ‘스타 파워’로 손꼽히는 조승우, 뮤지컬계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정성화. 이 두 명의 돈키호테를 비롯해 산초 역의 이훈진·권형준, 알돈자 역의 김선영·윤공주와 작은 배역을 맡은 코러스까지 무대에 오른 배우들은 저마다 최상의 기량을 뽐내며 즐기듯 연기했다.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조승우는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의 1인 2역을 매끄럽게 소화해냈다. 관객 앞에서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 개그맨에서 뮤지컬 배우로 변신에 성공한 정성화는 “이제야 내 갈 길을 찾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특별 취재팀

문화스포츠 부문=최민우·강혜란·이에스더·이진주·김진경 기자, 영상 부문=임현동·김태성 기자, 사진=임현동·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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