콸라룸푸르 1차회담 결산-KEDO.北 의견차만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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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수로공급협정 체결을 위한 제1차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북한 회담 의 가장 큰 소득은「입장정리」와「한국참여」로 압축된다.
KEDO와 북한 입장에서 보면 쌍방간에 입장차이를 확인한 것을 이번 회담의 최대 수확으로 꼽을 수 있다.그동안 KEDO는경수로를 공급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막막한 상태에 있었다.도대체 경수로 공급에 앞서 풀어야할 문제는 산적해있 는데 어디서부터 문제를 풀어가야 할지를 몰랐던 것이다.
북한은 그러나 이번 회담을 통해 자신들의 기본 입장을 밝히는한편 경수로협정 초안을 제시했다.따라서 양측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최초로 협상의 토대가 될 기준선을 마련한 것이다.현지 한KEDO관계자는『그동안 장외(場外)에서 신경전 을 벌이던 KEDO와 북한이 이번 회담을 계기로 비로소 장내(場內)로 들어왔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북한이 경기장안에 들어왔다고 해서 앞으로 경수로 문제가순조롭게 풀릴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무엇보다 경수로 문제를 둘러싸고 양측이 상당한 시각차를 보이고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경수로 문제의「정치성」을 강조하고 있다.경수로 자체가北-美간 核문제 해결 과정에서 파생된 사안이니만큼 어디까지나 정치논리에 따라 풀어가야한다는 것이다.
반면 KEDO의 보스워스 총장은「현실적인 접근」을 내세우고 있다.즉 경수로가 정치문제로 출발한 것은 사실이지만 1백% 정치논리를 적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이같은 시각차는 경수로협정의 2大 쟁점인▲공급범위▲상환방안 문제에서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북한은 KEDO에 경수로외에 변전소 3~4개와 항만시설.시뮬레이터(경수로 모의 작동장치)등을 제공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또 북측은 40억달러 상당의 공사 비용을 경수로 1基 완공후10년거치 30년 분할상환 방식으로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대해 KEDO는『경수로와 일반적인 국제관례에 따른 부대시설 제공외에는 곤란하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또 그같은 상환조건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KEDO와 북한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일단 출발선을 찾기는 했지만 아직 갈길은 먼 상태다.
특히 경수로 제공 자체를 둘러싼 양측의 현격한 시각차를 감안할때 양측은 향후 수개월간은 실무회의→전문가접촉→고위급회담등을오가면서 지루한 경수로 줄다리기를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또 협상자체도 공급 범위를 비롯한 몇개의 쟁점들을 한묶움으로해 일괄타결하는 패키지 방식이 될 공산이 크다.
[콸라룸푸르=崔源起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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