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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려금·공중전화카드·사우나비까지 공금 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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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외교활동에는 항공비·체재비·업무추진비 등이 지급된다. 그런데 비용 지출내역을 들여다보니 의외의 지출 항목이 많았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의원들이 방문국의 현지 공관장 등에게 주는 격려금. 의원단이 외국에 가면 대사나 상사 주재원을 만나는 일이 관례로 돼 있다.
의원들은 이때 500∼1000달러를 격려금으로 준다. 현지 통역을 도와준 대사관 직원 등에게도 봉투가 건네지곤 한다. 본지 취재팀 확인 결과 이 돈을 모두 경비로 처리한다. 즉 돈은 의원이 주지만 국민 세금에서 나가는 것이다.

2006년 방문한 의원에게 격려금을 받았던 한 대사관 직원은 “나는 그 돈을 의원들이 거둬서 준 것으로 알았다”며 “출장 경비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현지 공기업 관계자들에게도 격려금이 많이 나갔다. 2006년 8월 인도와 홍콩을 방문한 국회 산업자원위 소속 의원들은 현지에서 만난 KOTRA 관계자들에게 500달러씩을 줬다.

그런데 격려금을 실제 지급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취재진이 격려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한 한 전직 KOTRA 관계자는 “그런 사실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현지 교민들과 식사를 하며 쓴 돈도 청구됐다. 2006년 8월 유럽(체코 등 5개국)을 방문한 재정경제위원회는 터키 기업인 초청 오찬에 41만원을 썼고, 전현직 한·폴 친선협회장과의 오찬에서 69만원을 썼다.

관광 가이드비 역시 업무추진비에서 나간다. 2007년 이집트를 방문한 법사위 의원들은 한국인 가이드에게 봉사료와 항공료로 720달러, 현지인 영어 가이드 명목으로 75달러를 지급했다. 터키의 한 여행사 관계자는 “유적지 관광의 경우 자격증이 있는 현지 가이드가 반드시 동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04년 브라질의 이과수 폭포를 방문한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7명의 가이드비도 영수증으로 제출됐다.

관광지 입장료 또한 업무추진비에서 사용됐다. 2006년 터키를 방문한 지방행정개편 특위방문단은 보스포루스 크루즈를 즐기는 데 180달러를 사용했다. 2005년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를 방문한 행정자치위원회는 에펠탑 엘리베이터 사용료, 베르사유 궁전 입장권·안내책자 구입비, 루브르 박물관 입장권·전시품 DVD구입비, 스페인 전몰자 계곡 입장료, 곤돌라 이용료 등을 업무추진비에서 썼다. 사우나 비용, 사진 인화비 등도 공금에서 나갔다.

선물 값도 빠지지 않는다. 2005년 7월 한·영 간 국제금융 의원세미나 방문단은 선물용으로 1만8000원짜리 여행서적 ‘가자 세계로 영국편’과 3만5000원짜리 장지갑 5개, 7만5000원짜리 안경집 1개, 22만원짜리 매병 1개, 12만원짜리 노리개 1개 등을 경비로 처리했다. 2005년 5월 행자위 유럽 방문단(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은 23만2000원짜리 트윈시계 1개와 3만원짜리 스카프 4개, 2만원짜리 넥타이 20개 등을, 2005년 5월 페루·브라질·아르헨티나 방문을 앞둔 건설교통위원회는 6만원짜리 들꽃찻잔세트 6개, 2만원짜리 청화백자 산수 10개, 1만2000원짜리 책갈피 10개 등을 샀다. 이 모든 선물이 누구에게 증정됐는지는 기록에 나와 있지 않았다.

다양한 여행 준비물에도 업무추진비가 들어갔다. 2005년 페루·브라질·아르헨티나 방문 시 건교위는 전화카드 35만원어치와 10만1000원어치 비상약품을 사 갔고, 떠나기 전에는 11만원어치 황열병 예방주사를 맞았다. 2005년 5월 행자위 유럽 방문단은 소주 10병과 고추장 12개, 오징어, 무좀약, 가려움증 연고를 사기도 했다.

1인당 1389만원 지출
17대 국회가 상임위의 해외 활동에 쓴 비용은 얼마나 될까. 본지가 국회 사무처로부터 받은 2004~2007년 국회 상임위별 해외활동 내역에 따르면 의원 외교마다 든 비용은 평균 6318만원인 것으로 계산됐다. 한 일정당 평균 4.54명이 참여하는 것을 감안하면 1인당 평균 비용은 1389만원꼴이다. 일정은 평균 11일.
상임위 활동 차원이 아닌 해외활동까지 포함할 경우 해외시찰 총예산은 100억여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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