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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제철] 서해안 백합, 살 오른 ‘조개의 여왕’… 맛도 영양도 절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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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전남 영광군 백수읍의 한 식당 주인이 25일 갯벌에서 갓 잡아온 싱싱한 백합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전북 군산과 부안, 전남 영광 해안 식당가에선 요즘 갯벌에서 갓 잡아온 백합(白蛤)이 최고 인기다. 국립수산과학원 갯벌연구센터의 송재희(45) 박사는 25일 “봄부터 가을까지 잡히는 백합은 산란기를 앞둔 4월 중순~5월 중순에 그 맛과 영양이 절정을 이룬다”고 소개했다.

백합은 ‘조개의 여왕’으로 불린다. 매끈한 모양새뿐 아니라 은은한 향이 나는 속살 맛이 일품이어서 조개 중 으뜸이라는 것. 바지락 같은 대부분의 조개들이 얕은 갯벌에 사는 것과 달리 연안에서 좀 더 떨어진 수심이 깊은 모래나 펄에 산다.

껍데기를 가르고 저민 풋고추·마늘과 초고추장을 살짝 얹어 날로 먹으면 차지고 쫄깃하다. 통째로 물만 부어 끓여도 국물에 단맛이 난다. 은박지로 싸서 구워 내면 진한 국물이 우러나 껍데기 안에 고스란히 고여 있다. 백합죽도 소화 잘되는 건강식으로 꼽힌다. 6월 초 산란기엔 회로 먹으면 얼얼한 맛이 나고 여름철엔 육질의 덜 여물어 담백한 맛이 떨어진다.

백합은 음기를 보충해 주고 혈액을 생성해 여성에게 좋다고 한다. 열을 내리는 효능이 탁월하고 해독 기능이 있다고 전해진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타우린 성분이 많아 만성 피로를 풀어 주고 춘곤증을 물리치는 데 좋다. 숙취 해소와 간장질환·담석증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닷물이 빠졌을 때 쟁기처럼 생긴 ‘그레’를 끌면서 갯벌을 긁어가다 ‘탁’하는 소리가 나거나 손에 둔탁한 느낌이 전달되면 파낸다. 1970년대 후반까지 서해안에서 널리 잡혔으나 최근엔 ▶부안 계화도 ▶군산 하제 ▶고창 연안 ▶영광 백수 ▶신안 증도에서 주로 난다. 이들 지역에선 요즘 혼자서 하루 5~10㎏를 잡아 낸다.

2003년께 새만금 안쪽서만 7000t 정도를 생산, 국내 총 생산량의 80~90%를 차지했으나 새만금 방조제가 들어선 2006년 4월 이후 생산량이 절반 이하로 크게 줄었다.

지역에 따라 백합은 대합 또는 생합이라 부르기도 한다. 큰 것은 어른 손바닥만 해 3~4개가 1㎏에 이른다. 1㎏에 대합은 15개 미만, 중합은 16~30개, 소합은 31~50개 정도 올라간다. ㎏당 소매가는 7000~1만원(최상품). 계화도 선착장 주변의 수산물 도소매점 5~6곳과 마을 어촌계 등으로 주문하면 택배로 보내준다. 식당에선 3~4인분 탕이나 회를 3만원 정도 받는다. 30년 넘게 백합을 잡아 온 강대탁(59·영광군 백수읍 하사리)씨는 “봄철이면 별미 영양식을 즐기려는 미식가들로 주문이 밀려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말했다.

글=천창환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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