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레터] 사람을 사랑하게 만드는 ‘르네 2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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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르네21’은 한국출판인회의와 성공회 사회선교국이 함께 운영하는 독서대학입니다. “독서문화를 확산시키고 인문학 부흥운동을 전개하겠다”는 포부로 지난달 7일 문을 열었습니다. ‘르네21’의 중심은 책입니다. 이씨가 수강하는 인문교양강좌의 경우 매달 한 권씩 선정된 책을 읽고, 그 책의 저자나 역자 등 관련 전문가들의 강의를 듣습니다. 이달에는 『우리역사 최전선』(푸른역사)의 저자 허동현 경희대 교수가 수업을 맡았습니다.

같은 시간 다른 강의실에서 진행되는 동양고전강좌와 서양고전강좌 역시 책이 중심입니다. 요즘 이들 강좌의 주제는 각각 공자의 『논어』, 플라톤의 『국가』랍니다.

오후 6시30분 강의가 시작됐습니다. 수강생은 강좌별로 30명. 독서강좌에 목말랐던 사람들이 꽤 많았던 듯합니다. 선착순 모집이 단 이틀 만에 끝났다는 후문이지요. 수강생은 참 다양했습니다. 회사원과 주부, 은퇴하신 어르신 등 20대에서 60대까지 고루 섞여 있었습니다.

강의실에서 만난 회사원 김재영(43·제일은행 팀장)씨는 “저자들에게 직접 강의를 듣는다는 게 흔치 않은 기회여서 얼른 신청했다”라고 했습니다.

순간 최근 출간된 『인문학의 즐거움』(휴먼앤북스)이 생각났습니다. 책의 저자인 인문학자 커트 스펠마이어는 인문학이 전문화되면서 상아탑에 안주한 현실을 비판합니다. 그러면서 “인문학자들도 서비스 공급자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우리(인문학자)가 사람들의 삶에 진정으로 기여할 수 있다면 그들이 우리 말에 귀 기울여줄지도 모른다”는 설명이지요.

그 주장의 근거로 ‘르네21’만큼 적당한 사례가 또 있을까요. 그동안 여섯 차례 수업을 들은 이씨는 “인문학 강좌를 들으면서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게 됐다”고 털어놨습니다. 밤 9시 강의가 끝나면 이씨는 다시 기차를 탑니다. 자정 무렵에야 천안 집에 도착할 테지요. 이씨는 “집이 서울이면 금요 대중강좌도 들을 수 있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합니다.

이씨가 부러워한 금요강좌의 커리큘럼을 슬쩍 들여다봤습니다. ‘신자유주의, 그 이해와 비판’을 주제로 진행되는 5월 강좌에는 『세계화의 덫』(영림카디널), 『국가의 역할』(부키)를 번역한 강수돌 고려대 교수, 이종태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과 『지구화 현실인가 또 하나의 신화인가』(책세상) 의 저자 구춘권 영남대 교수 등이 강사로 예약돼 있습니다.

수강료(월 5만원) 등 자세한 정보가 궁금하시다면 강좌 홈페이지(www.renai21.net)를 검색해 보세요.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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