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새 영상마술-"메가트론"조선일보미술관서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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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캔버스를 버리고 TV모니터를 선택해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의자리에 오른 백남준(白南準)씨가 색채마저 비디오 영상으로 대신한 최신작업을 국내에서 세계최초로 공개했다.화제의 작품은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지난 1일 열린 그의 개인전 개막 식서 공개된 『메가트론』이다.
메가트론』은 2백80대의 텔레비전과 8대의 LDP,영상안정기인TBC7대,그리고 초대형 앰프와 컴퓨터 각 한대씩으로 구성된 작품으로 길이가 10를 넘는 대작이다.
개막식날 백남준씨는 참석한 미술계인사들에게 『비디오예술상보다는 기술상감』이라고 이 작품을 자랑했다.
이 작품의 진가는 2백80대 텔레비전중 중앙부분에 설치된 1백35대의 텔레비전이 뿜어내는 환상적인 영상에 있다.
현란한 영상 자체는 백남준씨의 비디오 인스털레이션에서도 자주등장하지만 이번 작업은 과거의 것과는 여러 면에서 차원을 달리한다. 『메가트론』은 말하자면 종이위에 어린이를 그리면서 얼굴은 붉은색,짧은 치마는 파란색을 칠하는 것처럼 얼굴과 치마색 각각에 다른 내용을 담은 영상을 내보내 색채구실을 하게 한 작업이다.『메가트론』에서 보여주는 영상내용의 길이는 15 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5개국 국기와 스포츠동작등 두가지의 정지화면과 세영애니텔이 제공한 애니메이션이 기본영상이다.여기에 한국고전무용과 한국의 풍습.풍경,스포츠영상,그리고 백남준씨가 스스로 만든 컴퓨터그래픽등 16가지의 비디오 영상신호가 바탕색으로 사용된다.
『메가트론』에 나오는 어린이 공상과학만화영화 「팬텀」의 한 장면을 예를들어보자.미래의 전사가 건물내부를 걸어나오는 모습이1백35대의 멀티미디어에 떠오르면 전사.건물,그리고 이들의 그림자등 색채구분이 가능한 모든 부분에 16개의 비디오영상 신호가 컴퓨터로 제어되면서 색채처럼 떠오른다.
큰 그림속에 무수히 많은 작은 그림들이 움직이는 것같은 『메가트론』의 영상은 현란한 점에 있어 가위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白씨가 이처럼 붓대신 비디오영상을 사용해 그림을 그리겠다는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린 것은 1984년.그는 당시 미국 국립예술진흥기금으로부터 4만5천달러를 지원받아 이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겼으나 기술적인 문제로 실패했다.
그후 이 생각은 머리속에서만 머무르다가 88년 한국의 젊은 전자기술자들을 만나면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이번 『메가트론』은 영상신호 처리장비 제조업체인 대쉬시스템의조성구(趙成九.39)씨와 멀티미디어설치업체인 신성전자 오세헌(吳世憲)씨가 92년부터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끝에 완성시킨 것이다.물론 지난해 한차례 만든 시험작 은 성능부족으로 실패하는 곡절을 겪기도 했다.
白씨는 한국기술자들의 손을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가 완성된데 대해 더없이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白씨는 『메가트론』은 한국이 세계적인 전자기술의 나라라는 것을 비디오 예술을 통해 증명한 작품이라며 『멀티미디어작업으로서는 뉴욕이나 파리에도 없는 최첨단』이라고 서슴없이 자평했다.
이 작업은 오는 11월 독일로 옮겨져 볼프스부르크미술관에 전시되고 이어 내년 애틀랜타 올림픽의 특별전시로 선보일 예정이다. 尹哲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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