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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반팔 아파트’에 과태료 물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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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엄동설한에도 실내온도를 한껏 높여놓고 반팔 차림으로 지내는 ‘겨울철 반팔 아파트’ 풍경이 사라질 수 있을까.

정부가 건물의 실내 온도를 여름철에는 26도 이상, 겨울철에는 20도 이하로 제한하고,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정부는 24일 국가에너지절약 추진위원회를 열어 이런 내용의 에너지 절약 대책을 확정했다.

냉난방 온도 제한은 그동안 공공기관에만 적용해 왔으나, 연내 법을 고쳐 특수시설(병원·양로원 등)을 뺀 모든 건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2009년에는 대형 공공시설과 교육·위락 시설로, 2010년엔 대형 민간업무용 시설로 확대하고, 2011년 일반 주거 및 판매시설에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2010년부터 은행 창구에서 여름철에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에어컨을 틀어놓는 것이 금지되고, 2011년 이후 모든 아파트와 일반 주택에서 반팔 차림으로 지내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재훈 지식경제부 2차관은 “가정의 실내온도를 1도만 올려도 에너지를 12%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일반 건물도 그렇지만, 아파트나 일반 주택에서 온도 제한을 지키지 않을 경우 이를 단속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차관은 “당장은 소방점검 등을 통해 단속하고, 장기적으로는 자동온도측정기를 보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별 가정은 단속의 어려움 때문에 ‘가이드 라인’ 성격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실내 온도제한의 모델로 삼은 프랑스도 1979년부터 난방온도를 19도로 제한해 위반하면 최고 3000유로(약 475만원)의 범칙금을 물리도록 하고 있으나, 실제로 범칙금을 물린 사례는 없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윤순진 교수는 “새로 규제를 도입하면 규제를 관리·감독하는 행정 절차가 필요하게 돼 정책을 내실 있게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며 “오히려 사용한 에너지의 일정량만큼 재생 가능 에너지를 쓰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100가구 이상 민간 아파트는 에너지 효율이 좋으면 그만큼 높은 용적률을 적용하고, 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지은 아파트는 다음달부터 에너지효율 등급을 2등급 이상으로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 에너지효율 등급표시제를 올 9월 신축 민간 아파트를 시작으로, 2011년 기존 건물로 확대한다.

연비 1등급 차량의 고속도로 통행료와 공영주차장 주차료를 50% 깎아주기로 했다. 승용차 자율요일제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공공청사에서 주차료를 의무 징수하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신재생에너지의 개발과 보급을 늘리기 위한 재원 확충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현재 전체 발전량의 36%를 차지하는 원자력 발전 비중을 늘려나갈 방침이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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